딴지마켓 락기

키위 종주국이 중국이라는 사실을 듣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키위 하면 제스프리고 뉴질랜드로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만큼 종주국을 누른 브랜드의 위엄이랄까, 제스프리는 전 세계 키위의 제왕이다.

제스프리 키위

로고만 봐도 키위를 연상시킨다.

중국다래를 뉴질랜드에 가져와 품종 개량을 거쳐 만든 것이 키위다. 키위란 이름도 뉴질랜드 새인 키위에서 따 만들었다. 어찌 보면 최근에 이루어진 일이다. 그런데 말이다. 우리는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종주국 다래가 아닌 제스프리 키위를 먹는다. 

이유는 간단하게도 맛있어서다.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한 일정한 당도의 키위, 아무거나 골라도 실패가 거의 없는 키위. 그게 제스프리 키위라서다.

제스프리는 뉴질랜드의 협동조합이지만, 엄청난 덩치를 자랑한다. 연간 조 단위의 매출만 봐도 대기업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제스프리는 단일 농가도 아니다. 농장과 협정을 맺어 제스프리 키위 품종을 주고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농장 간 경쟁을 유도한다. 그 경쟁의 산물이 제스프리 키위라는 것.

균등한 당도의 제스프리 키위의 비밀

인센티브 정책은 실로 단순하다. 당도와 건물량을 토대로 최대로 50% 인센티브를 준다. 그러니까 잘 키우면 돈을 더 준다는 거다. 자신의 토양이 척박하냐 아니냐는 기준이 아니다. 결과물만 가지고 인센티브를 줘 버린다. 

경쟁의 산물이 바로 제스프리 키위가 된다. 

썬골드 키위

이것이 썬골드 키위

이것이 그린 키위

우리가 흔히 아는 골드 키위의 풀네임이 썬골드 키위다. 일반 키위라고 알고 있는 그린 키위와는 외형부터 조금 차이가 있다. 일단, 껍질이 그린 키위에 비해 털이 거의 없다. 그리고 색도 그린 키위에 비해 더욱 갈색빛을 띈다. 

반으로 갈라보면 왜 썬골드 키위인지 더욱 명확해진다. 그린 키위가 녹색이라면, 썬골드 키위는 정말 금빛이다. 그리고 심이 그린 키위에 비해 적다. 

맛에서도 차이가 있다. 새콤한 맛이 나면서 산뜻한 느낌이 그린 키위라면, 썬골드 키위는 신맛보다는 중후한 단맛이 더 많이 난다. 칼로리에서도 차이가 나는데, 그린 키위는 대략 2개에 90칼로리, 썬골드 키위는 110칼로리 정도 된다.

제스프리 키위, 맛 좀 보겠습니다.

접시는 그냥 굴러다니는 걸로 했다.

썬골드 키위 품종은 껍질에 털이 없고 살짝 오톨도톨하다.

반을 가르면 옅은 녹색의 황금색인데, 사진은 녹색이 더 짙게 나와버렸다.

껍질은 정말 잘 까진다.

왕냠냠, 새콤한 맛보다는 달콤한 맛이 왕창 느껴진다.

나머지 절반은 껍질을 깔 필요 없이 숟가락으로 퍼먹었다.

잘 들어가고 잘 퍼진다.

왕냠냠, 껍질만 남았다.

키위 껍질에 영양소가 풍부하다고는 하지만, 맛으로 먹는 키위에 껍질은 먹기가 좀 그렇다. 껍질을 까기 어려운 과일도 아니라서 달콤한 과육만을 즐기는 게 보편적이다. 농장 간 경쟁의 산물이라 그런가 4개를 골라 먹었음에도 4개다 일정한 당도를 보였다.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꽝이 물론 어딘가에는 있겠지만, 제스프리는 꽝이 걸릴 확률이 매우 적어 좋았다. 

즐기자 제스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