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원룸 생활에 지쳐 서울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사했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고급 주택 단지는 아니어도 꽤 괜찮은 전망과 아담한 나만의 텃밭이 하나 생겼다. 

놀리기 아까워 작고 귀여운 나만의 텃밭에 꽃과 과일 그리고 유기농 채소를 키워보기로 했다. 하지만 농사에 대한 지식이 없는 초보 농사꾼이라 밭고랑을 파야 한다는 것도, 비료와 영양제를 쳐야 한다는 것도 몰랐다. 가장 쉬운 물주기 부터 시작해 보기로 했다.

초심자의 운일까? 다행히 보랏빛 향기 내뿜는 라벤더, 탱글탱글한 방울토마토가 잘 자라주었다. 빨갛게 열린 방울토마토를 바로 따서 먹는 신선함이 초보 농사꾼에겐 감동으로 다가왔다.

모든 과일을 키워 먹으면 좋겠지만, 출근하기도 바쁜 회사원이 시도하기엔 너무 거대한 일이다. 그래서 과일은 근처 과일 가게나 큰 슈퍼에서 사 먹는다.

후숙은 맛있게 먹기 위해 꼭 필요합니다. 믿으셔야 합니다.

흔히 과일은 수확 후 바로 먹는 것이 제일이라 하였지만, 당연하게도 모든 과일이 그렇지만은 않다. 예외란 반드시 존재하는 법! 어떤 과일은 사서 바로 먹으면 맛이 덜하다. 망고와 바나나가 흔히 접하는 대표적인 후숙 과일이다.

후숙은! 나야 나! 

망고는 후숙 과정이 필요하다. 여기서 후숙이란 대단한 게 아니라 바람이 잘 통하고 기온이 21º이상인 상온에서 며칠 두는 것을 말한다. 

망고나무에서 충분히 익은 망고를 먹을 수 있다면 후숙할 필요가 없겠지만, 망고는 한국에서는 재배하지 못하는 과일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수입해와야 하므로 며칠이 걸려 한국에 도착하는 과일이라는 뜻이다.

망고는 필리핀이나 태국, 인도 등 아열대 동남아 산지에서 수확하여 배나 비행기를 통해 한국을 포함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고 정식 수입통관 절차를 거쳐 실제 들어오기까지 일주일 이상이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망고는 완숙해서 오지 못한다. 덜 익은 채로 배나 비행기를 타고 들어와야 한다. 

배송을 위해 옮겨지는 망고

어머님, 망고는 속살이 약한 아이입니다.

딴지마켓에서 판매하는 망고는 필리핀 다바오, 마닐라 지역에서 수확한 망고이다. 앞서 얘기한 것과 같이 한국으로 오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특히나 망고는 속살이 약한 과일이라 완숙한 상태에서 배송이 되면 멍이 들고 과육이 뭉개지기 때문에 완숙 후 들여오기란 매우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니 불가능하다.

다행히 후숙이 가능한 망고는 속살이 단단했을 때 비행기를 타고 세계 각지로 나가게 되고 도착해서도 푸릇푸릇, 단단하게 있을 수 있다. 

수확 직후의 망고

     수입 완료 후 물류창고로 들어온 망고

(실제 받아 볼 망고 상태)

후숙한 망고

푸른 망고는 받아서 후숙하게 되면 풋내가 사그라지면서 노랗게 잘 익어 당도가 높아진다. 그러면 우리가 익히 아는 달콤새콤한 망고 맛을 내게 된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올 것이다. 과연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까?

검수하시겠습니까?

당연히 검수한다. 

필리핀에서 한국까지 지구 반에 반 바퀴를 돌아, 비행기를 통해 들어오는 딴지마켓 망고는 인우마케팅이 정식 수입 절차를 통해 통관을 거치는 것은 물론 잔류 농약 검사도 주기적으로 받고 있다.

잔류농약 검사 성적서 

망고를 수출하는 국가에서도 중요 수출 자원인 망고를 아무렇게나 수출하지 않는다. 꽤 까다롭게 검수해 수출하는데, 농장에서 수확된 망고의 상태, 그러니깐 껍질에 멍이나 흠집이 없는 깨끗한 망고를 철저한 선별하는 작업도 한다.

농장에서 1차 선별을 마친 망고는 마닐라 공장으로 옮겨져 수출조건에 맞춰 2차 분류작업을 한다.

품질이 좋은 망고는, 살균, 포장 작업을 거쳐 수출, 그렇지 못한 것들은 내수용으로 나가게 되는 거다.

선별된 고퀄리티의 망고

1차 살균 작업.

약 60º의 뜨거운 물에 망고를 담가 탄저병이 과육에 침투하는 것을 막고 세균과 병균을 처리하는 과정이다.

수출 시 가장 중요한 작업 중 하나라고 한다.

식히는 냉열작업. 1차 살균 작업 후 망고의 겉과 속 온도를 본래대로 돌리는 작업

4시간 동안 증열처리를 통해 과육 속까지 2차 살균작업을 한다.

공장으로 옮겨진 망고는 수출 조건에 맞게 필수 작업을 거치고, 또 살균처리를 한 다음 검역관의 철저한 관리하에 냉수 샤워를 한 뒤 포장이 되어 나가게 된다.

모든 과정을 거친 약 일주일 뒤 한국에 도착한 망고는 한국의 통관 절차를 재차 거친 후에야 인우마케팅의 물류창고에 들어갈 수 있다.

주문하면 우린 상자에 곱게 담긴 망고를 받아 볼 수 있다.

수입 완료 후 물류창고로 들어온 망고

(실제 받아 볼 망고)

수입된 물량중 일부는 자체 후숙 작업 한 뒤 개별 포장되어 시장등으로 나간다.

쓰앵님, 우리 망고 잘 부탁드립니다.

여기까지 봤다면 한국에서 먹는 망고의 여정을 파악했다고 본다. 당연한 말이지만 망고는 현지에서 사서 먹는 게 최고다. 하지만 망고가 먹고 싶다고 비행기 타고 필리핀이나 태국을 가서 망고만 먹고 돌아올 수는 없지 않나. 돈도 돈이지만 시간도 시간이다. 그러면 우린 차선을 선택해야 한다.

차선이 뭐겠는가? 당연히 딴지마켓에서 망고를 사 먹는 방법 아니겠는가? 먼 타지에서 곱게 가져온 우리 망고 잘 부탁드린다. 

맛있는 망고, 감당하시겠습니까?

물 건너 온 망고지만 후숙을 끝내고 한입 베어 물면, 마치 필리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특유의 단맛과 신맛의 조화가 한 번 먹으면 또 생각이 나는 과일이다. 특유의 맛 때문에 사진만 봐도 망고만의 맛이 떠오를 정도다. 맛이 좋아 망고 매니아는 후숙 과정을 기다리는 것이 괴롭다고까지 얘기할 정도다.  

그만큼 맛있는 망고니 감당 한번 해보시라고 말하고 싶다. 멀리 비행기 타고 가지 않아도 손쉽게 집에서 먹을 수 있는 망고, 감당 한 번 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