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마켓 퍼그맨 

침대에 토퍼를 왜 깔아?

침대는 쓰면 쓸수록 아쉽다. 처음 누울 때의 안락함을 느낄 수가 없게 된다. 내가 적응한 탓도 있겠지만, 물리적 한계 탓도 있다. 스프링이든, 라텍스든, 메모리폼이든 75k로 매일 짓누르다보면 내려앉을 수밖에 없으니까. 

때문에 매트리스는 일정 주기로 갈아주는 게 좋다는데, 무슨 공기청정기 필터도 아니고 수십만 원 하는 매트리스를 주기적으로 갈아가며 쓰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매트리스 회사들은 토퍼라는 걸 팔기 시작했고, 아쉬운 이들은 그걸 사서 깔기 시작했다.

매트리스를 사는 거보다야 싸고 부담 없어 교체가 용이하겠지만 얇아진 두께만큼 체감할 수 있는 안락함에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어떨까? 

쇼앤에서 나온 스프링 토퍼

마침 쇼앤에서 스프링 토퍼가 나온다고 해서 샘플을 요청했다.

이렇게 돌돌 말려서 배송이 온다. 스프링인데 말아놔도 괜찮을까, 살짝 걱정이 됐지만

비닐 포장을 개봉하니 빠르게 원래 모습을 찾아간다. 

두께 14cm. 얇아서 천장이 낮은 공간이나 바닥에 놓고 쓰기 좋을 것 같은데, 메모리폼을 쓰는 토퍼라면 구현하기 어려운 두께는 아니다. 

포켓 스프링으로 토퍼를 만든다면, 메모리폼에 비해 덥지 않고 금속 특유의 탄성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얇게 만들어서 스프링의 이런 장점을 체감할 수 있을까? 특히 쇼앤 바운스 토퍼는 돌돌 말려오는 것도 그렇고 뭔가 금속 스프링이 들어있을 것 같은 비주얼은 아니다.

마침 회사에는 출퇴근 시간이 이른 부서의 직원들이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공간이 있다. 

여기에 토퍼를 깔아서 여러 사람들이 써보게 하고 후기를 수집해봤다. 

분명 오래된 침대인데 새것 같이 느껴진다, 이래서 토퍼를 까는구나, 같은 긍정적 반응들을 들을 수 있었다.

토퍼를 깐지 몰랐던 사람들도 뭔가 더 아늑해진 것 같다 얘기했다는 소문이 들렸다. 

얇지만 매트리스 감성 그대로

전반적으로 긍정적 후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매트리스의 감성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서인지 생각보다 많은 소재가 들어간 토퍼다. 포켓 스프링 위에 소프트 코지폼, 텐셀 삼중직 원단을 쌓으면서 사이사이 패딩, 화이트 견면 등으로 각 소재들의 특성이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도록 하였다. 

그리고 코너에는 서포터를 넣어 변형에 특히 취약한 가장자리 내구성을 확보하였다.

재료가 많아지면 생길 수 있는 품질 이슈는 100% 국내 제작을 통해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보통 토퍼 같은 저가 제품이면 중국 양산 제품에 자기 브랜드만 붙이는 경우가 많아진 요즘이다. 그러나 쇼앤은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 소재의 구성과 국내 제작으로 얻을 수 있는 완성도야 말로 쇼앤의 감성을 그대로 전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여전한 쇼앤의 가성비

대한민국은 다수의 기업이 무한 경쟁을 통해 싸고 좋은 제품을 공급하려 경쟁하기 좋은 곳이 아니다. 너무 작고 좁기 때문에, 대부분의 산업 분야가 2~3개 기업에 의해 좌우되는 독과점 체제로 흐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적은 노력의 담합으로 가격을 얼마든지 올릴 수 있기에 소비자들의 가성비 소비는 점차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부피가 작은 제품이라면 수입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이에 저항해볼 수 있겠지만, 침대, 매트리스 같이 부피가 큰 제품이라면 수입해오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에 대안을 찾기도 어렵다. 

이것이 우리 딴지마켓이 침대, 매트리스를 판매하기 쉽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도 쇼앤 브랜드를 입점한 이유였다. 국산 브랜드에다 좋은 가성비를 보여주는데 소개할 이유가 충분했다고 할까.

그 쇼앤이 이렇게 새로운 토퍼를 만들어 내놓은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어쩌면 토퍼야말로 쇼앤 브랜드의 가성비를 체감하기 가장 좋은 제품군일지도 모른다. 침대, 매트리스는 수백에서 수천만 원까지도 하는 가격이라 사실상 고관여 상품이다. 가성비만 따지기엔 '그x져병'이라 불리는 가치 판단 패턴으로부터 자유롭기가 힘들다. 어차피 비싼 제품 사는데 돈 조금만 더 보태서 윗급을 살 때의 장점, 따져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수십만 원짜리 제품이라면 확실히 부담은 줄어든다. 더 고민하며 한단계 위의 브랜드가 주는 장점을 따지면서 고민할 여지가 줄어드는 것이다. 그 덕에 순수하게 가성비만 따져볼 수 있을 것이다. 

아직 토퍼에 익숙하지 않은 분이라면, 쇼앤의 바운스 토퍼로 입문해보시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