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니어스

"우리 진짜 형편없다."

얼마 전 친구가 결혼을 해서 10년지기 친구들이 다 모였어. 쌓여가는 뷔페 빈 접시처럼 우리의 즐거움도 쌓여가던 그때, 친구 중 하나가 얼굴을 쭉 둘러보더니 말했지. 우리 진짜 형편없다.

벼락맞을 친구 덕에 그날 우리는 각자 집 근처에서 팩이라도 사다 붙이자고 약속하며 헤어졌어. 그리고 나도 그날 팩을 샀어.

하지만 사실, 난 그 팩을 붙이지 못했어. 왜냐하면 내 피부는 예민하거든, 그것도 아주 많이...

더욱 더 형편없어지고 있던 어느날, 이 팩을 만난 것이야.

크레이지 마스크팩.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사실 난 팩이라면 질색팔색을 하기 때문에 이번에 처음 써봤어.

나는 심지어 티트리성분이 들어간 마스크팩을 써도 며칠간 뒤집어지는 사춘기 여중생 마음처럼 종잡을 수 없는 복합성 피부를 가지고 있어.

마스크팩 뿐 아니라 썬크림, 수분크림, 아이크림, 각종 크림 등 얼굴에 바를 수 있는 건 뭘 써도 피부 봉기가 일어나는 초초 예민 피부야. 아기랑 엄마랑 같이 쓸 수 있다는 순한 화장품 샘플 바르고 잤는데 다음날 피부가 많이 화난 줄 알았어. 그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예민한 내가 마스크팩을 써보며 느낀 점을 풀어볼게. 일단, 일반 마스크팩에 비해 재질 자체가 탱탱해. 마스크 팩을 꺼낼때 팩이 흐물거리지 않았고, 붙일 때도 찰지게 밀착되더라.

그리고 보통 마스크팩을 할 때 흔히들 마스크팩을 떼어내고 남은 에센스를 얼굴에 톡톡 치듯이 흡수시키고 끝내잖아? 하지만 나는 평소엔 마스크팩을 떼내고 아예 세수와 스킨케어를 다시 하거든. 에센스에 유분기가 너무 많아서 그것 때문에 피부 트러블이 생기니까.

번들번들

하지만 이번엔 검증을 위해 남은 에센스를 톡톡 두드려 발랐어. 그간 써왔던 마스크팩 에센스처럼 번들거리는 느낌이 아니라 수분크림 바른듯 산뜻한 마무리감이었어. 내일이면 얼굴이 또 화나있겠지 생각하며 눈물이 나오려는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어.

대망의 다음날 아침, 긴장된 마음으로 거울을 살폈는데 내 얼굴은 평소의 못생긴 상태 그대로였어.

여기 저기 디벼봤지만 얼굴이 전혀 뒤집어지지 않았다구. 마스크팩의 효과만을 보려고 따로 수분크림을 바르지 않고 잤는데, 에센스에 유분감이 흘러넘치는 팩이 아닌데도 얼굴이 전혀 당기지 않았어.

이 상태로 해도 된다면 여기다 바로 메이크업 해도 될 정도의 적당한 뽀송함과 촉촉함. 그만큼 보습 유지가 잘 된다는 거지. 왜 팀장님이 이런 샘플을 한 장밖에 주지 않은 걸까 원망하면서 팀장님이 고개를 돌리는 찰나를 놓치지 않고 째려봤어.

아 이거 진짜 좋은데 설명할 방법이 없네. 근데 졸-라 꼭 써봤으면 해. 나처럼 초초초 예민한 피부 때문에 슬픈 사람, 끈적거릴 정도의 마스크팩 에센스가 부담스러웠던 사람 모두모두 일단 구매해봐. 피부 타입에 따라 3종을 입점시켰으니까 상세 정보 잘 읽어보는 거 잊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