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홀짝

전설의 호구

그 동안 딴지마켓에서 이러저러요러한 상품을 소개하면서 있지도 않은 가오 한껏 잡았던 필자가 오늘만큼은 가슴 시린 흑역사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래, 왠지 물건 살 때는 10원도 손해 보지 않을 것만 같은 필자에게도 ‘호구컨슈머’시절이 있었다. 졸라 창피한 일이기는 하지만 딴지스들에게 양질의 상품을 폼 나게 소개하는 일에 있어서는 부모, 형제 팔아먹는 일만 빼고는 모든 것을 허락하리라 이미 오래 전 결심을 한 필자이기에 그깟 쪽팔림이 대수겠냐.

(진짜 힘들어지면 부모, 형제까지 팔 지도 몰라. 엄마 죄송해요, 먹고는 살아야죠)

때는 필자가 고등학교 1학년 까까머리 시절. 무대는 용산전자상가. 예나 지금이나 상인과 소비자의 가격 쇼부가 무림 고수의 대결마냥 후덜덜하게 펼쳐지고 있는 그곳. 당시 필자는 그곳에서 휴대용 CD플레이어를 샀던 거다. 그것도 사전 지식 쥐뿔없이...

그저 처음으로 CDP가 생긴다는 꿈에 부풀어 나는 덜컥 용산전자상가의 만렙 내공 만땅 사장님께 파나소닉 시디피를 사러 왔노라 선언했고, 착하고 친절한 그 자식분은 내 앞에 두 개의 시디피를 꺼내 놓으셨다.

<기호 1번>

<기호 2번>

내 기억엔 대충 위 두 개였던 거 같다. 자, 너님들은 뭘 고르겠는가? 그래, 당연히 1번이 나아 보였다. 더 얇고, 디자인도 예뻤고, 심지어 1번 시디피는 액정리모컨이었던 반면, 2번은 리모컨에 액정조차 없었으니까. 근데 내 선택을 들은 사장이 졸라 개무시하는 표정으로 손님이 뭘 모르시네요 하면서 썰을 풀기 시작하는 거다.

왼쪽 거는 얇아서 조금만 충격 받아도 시디가 튀기 땜에 노래가 끊기지만 오른쪽 것은 두껍고 튼튼해서 튀지 않는단다.(시디피에는 기본적으로 안티 쇼크라는 튐 방지 기능이 있으나 당시 필자는 암 것도 몰랐음) 게다가 리모컨이 액정일 경우 액정이 깨지면 아예 리모컨을 사용할 수도 없을 뿐더러 수리비가 비싸다 등등 이런 개소리를 나에게 늘어놓는데, 순진하디 순진한 필자는 친절한 사장님께 좋은 시디피를 소개 받는다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맞장구를 쳤드랬다.

만렙 내공의 사장은 나에게 최종 비기를 시전하였다. 1번 시디피는 구린 거라 가격이 14만 원, 튼튼하고 좋은 2번 시디피는 17만 원. 이왕이면 비싸고 좋은 걸 사겠다고 마음먹었던 필자의 심리 상태를 꿰뚫고 도박을 걸었던 거다. 그리고 난 완벽하게 말렸다. 집에 갈 때까지만 해도 분명 난 승리자였다.

내가 희대의 병신 호구 고객이었다는 걸 깨닫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내가 산 시디피는 이미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난 구형 시디피였고, 쇼부만 적당히 잘 치면 10만 원 미만으로도 구입이 가능한 것이었다. 쓰라린 패배감. 그리고 제대로 호구 잡혔다는 것에 대한 모멸감. 당시의 트라우마 덕분에 필자는 어떤 전자제품이든 구매 전 3일 동안은 철저하게 시장조사를 하는 버릇을 갖게 되었다.(그리고 그 치욕의 시디피는 구입 두 달 만에 어떤 눈썰미 없는 자식이 쌔벼갔다 ㅅㅂ…)

정보의 비대칭 + 상인의 비양심 = 호구 양산

필자가 서두에 장황하게 풀어놓은 썰을 요약해보자. 졸라 간단하다. 나는 지식이 없었고 그 넘은 양심이 없었던 거다. 사실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소비자가 아무리 무지해도 저런 사기는 당하기 힘들 거다. 이런 흑역사를 풀어 놓은 의도 또한 용산전자상가의 상인들을 싸잡아 욕하고자 함이 아니다. 모든 상인들이 저렇게 몰양심 하지는 않으니까(물론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말이다. 고가의 전자제품을 사려고 할 때, 본인이 제품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면 일단 쫄고 들어가는 것이 사실이다. 그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런 대표적인 전자제품이 하나 있으니...

컴퓨터, 그 오묘한 세계

물건을 사고 파는 것에 있어 정보의 비대칭이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반대로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 나는 세계가 바로 컴퓨터다. CPU, 메인보드, RAM, 그래픽 카드 등등 맘만 먹으면 각 부품의 가격과 성능을 싸그리 비교해보고 최저가까지 검색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CPU니 메인보드니 이런 게 어떤 제품이 있고 뭐가 좋은지 정말 암 것도 모르는 사람 또한 존재한다.

잘 아는 놈은 지가 알아서 제조사에 모델명까지 정해서 알아서 싸게 조립해서 사는 거고, 모르는 넘은… 비싸도 그냥 대기업 브랜드 PC 사는 게 맘 편하다. 그리고 비싸지만 브랜드 PC를 사는 사람들의 이유는 간단하지.

하나, ‘믿을 수 있고’

둘, ‘A/S가 잘 되니까’

이건 사실상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소비자들에게 있어서는 최선의 선택이기도 하다.

그런데, 만약, 조립PC가 믿을 수 있고 A/S 또한 깔끔하다면...??

딴지마켓이 조립 PC를 판매한돠!!!

가진 거라곤 신뢰와 양심이 전부인 딴지마켓과 필자가 오늘은 조립PC를 소개한다. 제품만 소개하는 게 아니다. 심지어 업체 대표(사진)까지 함께 소개한다. 이게 다~ 열분덜의 마음 속에 제품에 대한 믿음, 소망, 사랑이 마구 싹 트게 하기 위한 배려하고 보시면 되겠다.

필자는 이 자리에서 딱 두 가지만 증명한다. 뭐냐구? 앞에서 말한 그거. 통상적으로 브랜드 PC가 가지고 있는 미덕 두 개. 믿을 수 있고, A/S가 깔끔하다는 거 말이다.

믿을 수 있는 제품, 믿을 수 있는 가격

먼저 아주 간단한 기초 교양 하나 쌓고 가자. 혹시 ‘벌크제품’이라는 말 들어봤나? 컴퓨터 부품 세계에서 통상 벌크 제품이라 함은, 부품의 제조사는 같으나 정식 유통 경로가 아닌 루트로 대량 수입된 제품을 말한다. 정식 제품에 비해 가격이 싸다는 장점이 있으나, 정식 경로로 유통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식AS가 되지 않는다. 요거 하나만 기억해 두고 넘어가자.

PC에 들어가는 부품을 아주 간단히 분류해보자. 최소한 이 정도는 들어가 있어야 사용이 가능한 수준의 컴퓨터가 된다. 컴퓨터에 대해 잘 모르는 딴지스들을 위하야 초간단 축약한 것이므로 디테일한 태클은 사양한다.

<CPU, 메인보드, RAM, 저장장치, 파워, 케이스>

대충 이 정도다. 근데 위의 여섯 가지는 모두 만드는 회사가 다르다. 딴지마켓이 내놓는 제품으로 따지자면 CPU는 인텔, 메인보드는 기가바이트, 램은 삼성, 하드디스크는 WD 뭐 이런 식이지. 소프트웨어적인 문제를 제외하고는 컴퓨터가 고장 났다는 것은 위에 것들 중 하나가 맛이 갔다는 걸 뜻하는 거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각 부품의 제조사에서 A/S를 따로 받을 수 있다.

컴퓨터 부품이란 게 워낙 복잡하고 어려운 놈이라 이런 경우 A/S를 받는다 하면, 고장 난 놈을 고쳐서 주는 게 아니라 걍 새 걸로 교환해주는 게 보통이다.(물론 누가 봐도 분명한 소비자 과실은 예외다) 각 부품 별로 대략 2~3년 정도의 A/S 보증 기간이 있는데, 이 기간 내에 고장 나면 걍 바꿔주는 거다.

아까 벌크제품에 대해서 설명한 거 기억나는가? 앞에서 말한 거처럼 벌크제품은 공식A/S가 되지 않기 땜에 이게 불가능한 거다. 그리고 조립PC 판매시장에서는 생각보다 벌크부품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정품이라 속이고 그러는 경우도 가끔 있고, 아예 처음부터 벌크라고 까놓고 파는 경우도 있다). 물론, CPU나 메인보드가 툭하면 고장 나고 그러는 건 아니다. 벌크 사서 2~3년 고장 없이 잘 쓰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건 확률의 문제다. 선택은 역시나 소비자가 하는 거다. 필자는 충실하게 설명을 계속 이어나가도록 한다.

우예뜬, 컴퓨터에 대해서 잘 모르는 소비자들은 이런 프로세스들을 잘 모른다. 그리고 귀찮아한다. 딴지마켓에서 파는 PC의 미덕. 벌크 안 쓰고 정식제품으로만 조립한다. 그리고 부품 고장 시, 업체에서 대신 부품을 받아다가 교환해 줄 것이다.

그리고 가격

인터넷 마켓에서 조립 컴퓨터 팔면서 가격 가지고 사기칠 용기를 가진 용자는 그리 많지 않다. 어차피 창 하나 더 띄워서 가격비교사이트 검색하면 바로 들통나니까. 때문에 간단하게 설명하겠다. 정식제품을 사용한 조립PC 가운데에서 상당히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는 바이다. 워낙 컴퓨터 부품 시세라는 게 매일 변동하는 것이다 보니, 차마 우주최저가 이런 드립은 칠 수가 없다. 확실한 건, 저렴한 축에 속한다는 거.

어라? 장점 소개가 끝났네?

믿을 수 있는 부품 사용, A/S, 합리적인 가격. 이거 세 개로 소개는 끝이다. 어차피 조립PC라는 게 조립해서 파는 업체만 다를 뿐 들어가는 부품이야 다 비슷비슷하니 어찌 보면 당연한 거다.

게다가 모든 업체가 다 믿을 수 있는 부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파는 것도 아니잖아. 물론 그런 몰양심 업체가 많은 건 아니지만, 가뜩이나 컴퓨터도 잘 모르는데 재수없게 그런 데 걸리면 피 보는 거니까...

근데! 여기에 스페샬한 장점이 하나 더 있지롱!

사실 당사자는 컴퓨터를 잘 몰라도 조립PC를 부담 없이 잘 사용하는 부류가 있따. 주변에 컴퓨터를 잘 아는 지인이 있는 경우다. 그런데 나는 그조차도 없다고 실망하지 마시라. 필자가 큰 맘 먹고 컴퓨터 졸라 잘 아는 횽을 소개시켜 줄 테니...

컴터 잘 모른다구? 들으와~들으와~

아까 한 말 기억나시나? 이분이 바로 열분덜의 PC를 책임질 업체 대표 되시겠다. 사진은 안 찍으면 안 되냐고 막 부끄부끄 하시는 거를 ‘이게 다 서로의 신뢰를 위한 길’이라고 떡밥을 던지자 저런 포즈의 사진을 거침없이 보낼 정도로 호연지기와 내공이 충만하시다.

그리고 앞으로는 열분덜의 ‘컴터 졸라 잘 아는 횽’이 되기도 할 거다. 아래 전화번호로 부담 없이 제품 문의 및 고장 신고 등등을 하시면 된다. 꼭 구매문의가 아니더라도 컴터에 대해 모르는 거 있음 전화해서 물어보셔도 된다. (뭐 그러다 보면 언젠간 한 번 사기도 하고 뭐...)

컴스테이션 대표전화 : (02)2120-2337 / (02)2120-2338

그리고 하나 더.

제품 기본 사양 외에도 추가 금액에 따라 옵션이 많기 땜에 구매 시 아리까리한 부분이 많을 것이다. 주저하지 말고 전화하시라, 친절한 응대와 설명이 뒤따를지니...

마무리하면서 추천 고객층까지 함 정리해보자.

간단하다. 조립PC의 세계에 접근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가장 큰 이유는 컴퓨터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라는 거다. 잘 몰라서 A/S 받기도 힘들고, 혹시나 필자처럼 호구될까봐 걱정되니까 접근이 어려운 거다.

이 지점에서 필자와 딴지마켓이 강조하는 바는 이거다. 너님들 이거 사도 호구 안 된다. A/S 깔끔하다.

그렇다면 어떤 분덜에게 추천 드리느냐?

1. 컴퓨터 잘 모르는 개인 사용자에게 당연히 강추한다. 솔까 이 글을 읽는 너님이 컴퓨터에 대해 졸라 빠삭하다면 알아서 사셔도 무방하다. 원래 혼자서 알아보고 용산에서 다리품 팔면서 직접 사는 거 좋아하는 사람도 많으니까.

2. 사무용 저사양 PC를 다량 구매하고자 하는 분덜에게도 추천한다. 여러 대 사놓고 한 대 고장 날 때마다 귀찮아지는 불상사를 겪지 않을 수 있다. 걍 업체에 전화 한 통 걸고 택배 보내주심 알아서 해드린다.

끝인사

비록 필자는 한 때 호구의 전설이었으나, 딴지마켓을 애용하는 딴지스덜 만큼은 호구되는 일이 없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할 것을 무작정 약속 드리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