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마켓 퍼그맨 

딴지마켓에 입점 문의가 들어오는 제품들은 (검증이 불가능한 몇몇 예외적 경우 외에는) 모두 검증을 거친다. 

그 과정은 이러하다. 

1. 제품 시식 혹은 사용

2. 그래도 모르겠으면 전문가 소견 문의

3. 그래도 모르겠으면 검증단을 동원한 집단 검증

4. 제품 생산 과정 확인

5. 생산 과정을 확인할 수 없으면 성분, 인증 내역 등 제조 관련 정보 확인

이번에 검증한 제품은 너무 대중적인, 그래서 모든 과정에서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었던 너비아니다.

잠깐 팁, 너비아니랑 떡갈비를 헷갈리시는 경우가 많아서 차이를 알려드린다. 손질법 등은 차치하고 일단 너비아니는 등심이나 안심으로 만들고 떡갈비는 갈빗살로 만든다는 거.

조리법은 돈가스랑 동일하나 후라이팬에 기름을 조금만 둘러도 되기에 

익힐 때 왠지 더 쉽게 요리한다는 느낌이 든다.

적당히 구워주면,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전통 간장소스의 너비아니를 집에서 즐기실 수 있다.

전자렌지에 데워도 된다. 700W 기준 한장 데우는데 1분 30초면 된다고. 기름 두르고 후라이팬에 지지고 하지 않아도 되니 훨씬 간편하겠다.

거기다 친환경 인증 받은 국산 돈육을 원료로 만들어 한돈 인증까지 받은 제품이라 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먹거리를 검증하면서 눈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딴지그룹 마켓팀 소속 검증 기자들은 이 정도의 장점만으로 입점할 수 없다는 의견이었다. 

이런 분쇄육의 경우, 오래된 고기를 쓰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 업체는 그런 꼼수를 쓰지 않는지 확인하자는 얘기였다. 

또한 고기 질이 좋다 하여도 맛을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검증단을 동원, 다수에게 먹여보고 맛의 대중성 또한 검증하고 싶다는 거였다. 

그렇게 2기 검증단을 동원하였고 대다수가 호의적인 평가를 내린 다음에야 업체에 공장 취재를 가는 길고 빡빡한 검증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공장의 위치는 횡성 제2농공단지. 

여기서 강원도 축산농가의 고기를 직접 관리하며 공급 받는다고 한다. 

다행히 KTX가 뚫려서 장거리 운전 없이 다녀올 수 있었다. 

횡성역에서 본사 공장이 있다는 제2농공단지로 이동하자...

1000평이 넘는 규모의 공장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딴지마켓 검증기자들이 다녀본 공장 중에는 최대 규모가 아닐까 싶었다. 

출입을 최대한 통제하기 위해 견학로까지 갖춰진 꿈의 공장이다. 

아무리 검증을 위해서라지만 외부인이 들어가려면 절차가 복잡하다고 했다. (업체 대표조차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다고.) 이 정도 규모의 공장의 생산을 잠시라도 지연시키면 손해가 막심할 것으로 예상이 되어 안에 들어가는 것까지는 포기했다. 

하지만 안에 들어가지 않고도 확실히 차원이 다른 위생 관리가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몇가지 인상적인 특징만 살짝 보여드리자면

바닥. 물이 고이면 세균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배수로 없이 배수구 하나만 딸랑 있다. 그럼 물은 어디로 흐르냐고? 아예 생산 공정에서 물 사용을 최소화해 물을 흘릴 일이 없도록 한다고. 

천장. 바닥에 각종 전선 등이 놓여있으면 거기 또한 세균이 번식할 수 있어 꼭 필요한 곳에만 전선을 내린다. 

냉동고. 원료를 투입하면 냉동은 물론 가공까지 끝나 나온다고. 덕분에 사람 손을 덜 타 오염이 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낮다고 한다. 

이토록 철저한 위생관리라니, 과장 조금 보태면 이 공장에서 반도체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고기의 질을 장점으로 내세운 업체인 줄 알았는데 거의 국내 최고 수준의 위생이라는 또 하나의 장점을 숨기고 있었다. (딱히 숨긴 건 아니고 입점하면서 얘기를 안 했음. 당연한 거라 생각해서 그런지...)

이미 마음 속으로는 케이프라이드 제품에 검증 통과 도장을 꾹 찍은 뒤였지만 돼지고기 관리 과정 또한 확인해야 했다. 

케이 프라이드의 자회사들, 백두대간과 보담. 

돼지 농장을 관리하고 도축 후 가공을 담당한다. 

그래서 바로 전 단계, 돼지고기가 케이프라이드 공장으로 실려오기 전 도축 및 가공이 이뤄지는 강원LPC로 향했다. 

국산 고기들은 세계적으로도 관리가 잘 이뤄지는 편이라 한다. 생산 이력을 추적하기 쉽게 되어 있으며 이 강원 LPC 같이 허가 받은 시설에서만 도축할 수 있도록 되어 그렇다.

들어가기 위해서는 신발 소독이 필수

도축한 고기를 가공하는 사업을 하고 싶다면? 

이 업체, 백두대간처럼 이런 지자체 허가를 받은 LPC에 입주하여 도축된 고기를 바로 받아 가공하여야 한다. 도축한 고기를 현장에서 바로 가공 포장해야 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 블라인드 너머 칼질의 고수들이 고기를 다듬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쉴 틈 없이 움직이고 있음)

견학로를 통해 가공장을 확인한 후 돼지고기 관리에 관한 여러가지 내용을 인터뷰해보았다. 

관리 중인 농장은 15개, 당연히 돼지 고기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 종돈, 사료, 사양 관리를 통일해서 운영 중이라 한다. 

무항생제 같은 여러 지향점이 있겠지만 이 정도 규모가 되면 매년 기준이 바뀌기 때문에 우수 축산물 브랜드 합격점을 유지하는 것만도 보통이 아니라고. 

백두대간은 강원LPC에서 도축되는 돼지의 거의 3분의 1에 가까운 양을 출하, 가공하는 업체다. 가공부터 상품화까지의 과정을 직접 돌아본 입장에서 이 정도 규모를 우수한 축산물 브랜드로 계속 유지하는 노력은 인정받아야 한다는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우수축산물 브랜드 인증만이 아니라 친환경 인증까지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 한다.

이런 육가공품 하나를 먹기 위해 돼지부터 잡아야 한다면, 선뜻 먹겠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후라이팬에 굽기만 하면 먹을 수 있게 우리의 먹거리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먹거리를 돈 주고 사는 일은 곧, 그런 과정에 들인 노력에 대한 댓가를 지불해주는 것이다. 

케이프라이드의 셰프초이스 너비아니가 가장 저렴한 제품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불하는 돈이 아깝지 않도록, 그리고 '신선한 재료로 건강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만들고자 하는 이념을 담았다'는 셰프초이스의 브랜드 설명에 부합하도록, 철저하게 노력해서 만드는 제품임은 검증하며, 취재하며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