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마켓 퍼그맨 

기나긴 검증을 통과하고 딴지마켓에 돈가스, 너비아니, 함박스테이크, 소세지 등을 입점시킨 케이프라이드. 

이 업체의 장점은 친환경 인증 받은 국산 돼지고기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전 제품 한돈 인증 받은 걸로 판매하는 위엄.

그런데 이번에는 한돈인증을 받은 제품이 아닌 걸 검증 받겠다고 나섰다. 뭔가 했더니 스페인 흑돼지, 이베리코로 만든 스테이크였다. 

꽃살

꽃목살

갈비살의 3종 구성이다.

대체 이베리코가 어떤 고기길래, 국산 돼지고기로 만든 제품을 잘 만들던 업체마저 손대게 만든 걸까? 

궁금해서 알아보니 화려한 수식이 많다. 모 유명 요리사가 극찬한 최고의 식재료다, 걸어다니는 올리브 나무다, 4대 진미다, 소고기 같은 마블링을 가졌다...

이베리코는 이 돼지들이 방목되는 지역 이름이기도 하다. 이베리코 산맥에서 야생 도토리, 천연 버섯, 허브 등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특유의 향과 마블링이 생긴다고. (일반 소고기의 경우처럼 등급을 맞추기 위해 편법을 써서 만든 마블링이 아니란 얘기다.)

그런데 스페인에서는 마블링을 기준으로 등급을 메기지 않는댄다. 실제 방목 여부에 따라 베요타, 세보데깜뽀, 세보 3가지 등급을 부여한다. 베요타는 최상등급으로 3개월 이상 방목해 키운 돼지, 세보데깜뽀는 오전엔 축사에서 키우지만 오후엔 방목한 돼지, 세보는 품종만 이베리코고 축사에서 키운 돼지다. 최종 고기에 지방 비율만 놓고 심사하는 것보다 훨씬 정확하게 고기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등급제라 하겠다. (물론, 실사를 해야 하는 등 관리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가격은 비싸지겠지만)

셰프초이스 이베리코 스테이크는 최소 세보데깜뽀 등급 이상의 이베리코만을 사용한다. (고기의 공급은 국산 돼지처럼 할 수 없으니 jj미트라는 협력사를 통해 안정적으로 하고 있다고.) 그렇게 스페인에서 공수해온 고기는 다른 케이프라이드 제품과 마찬가지로 철저한 위생관리를 통해 만들어진다. 

1000평이 넘는 규모... 

출입을 최대한 통제하기 위해 견학로까지 갖춰진 꿈의 공장. 

물이 고여 세균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배수로 없이 배수구 하나만 딸랑 두고 물사용을 최소화.

바닥에 각종 전선 등이 놓여있으면 거기 또한 세균이 번식할 수 있어 꼭 필요한 곳에만 전선을 내리고

원료를 투입하면 냉동은 물론 가공까지 끝나는 냉동고를 갖추는 등 철저한 위생관리가 이루어지는 이 공장에서 말이다. 

하지만 위생적으로 만들고 좋은 품종의 돼지고기를 썼다 해도 맛이 별로라면 굳이 이베리코를 찾아 먹을 이유는 없다. (실제로 윤식X을 보고 이베리코를 찾아 먹어본 분은 많지만 그에 못지 않게 실망한 분도 많은 모양...) 그래서 셰프초이스 이베리코는 이베리코의 장점을 살리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스테이크로 제품 개발을 한 것도 그렇고 시즈닝과 소스에 신경 쓴 것도 그렇다. 

구운 뒤에도 굵직하게 붙어있는 시즈닝

(소스는 8개 세트를 주문하시면 증정되는 어니언&갈릭)

그냥 생고기로 팔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구워 먹는다. 그러면 기름이 다 빠지니 이베리코의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사람이 많아진 상황이라 판단한 듯 하다. 

구이용으로 먹기에는 아까운 기름기. 

(아웃포커싱으로 날아갔지만 접시에는 육즙이 흥건해졌다.)

굽는 정도에 따라 맛이 크게 좌우되는 스테이크의 특성 상 제대로 조리하려면 여러 번의 시도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조금 덜 익히거나 더 익히더라도 새로운 스테이크를 즐기는 건 맨날 먹던 것만 먹던 우리 밥상에 새로운 즐거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국내 돼지고기로는 정점에 섰다 할 만큼 생산 가공 과정을 잘 만들어놓은 업체가 새로 도전할 정도라면 이베리코는 분명 매력적인 고기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