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마켓 퍼그맨

장점만 섞을 수 있을까?

머리 좋은 사람과 외모가 빼어난 사람이 결혼해 아이를 가지면 머리 좋고 외모도 예쁜 아이가 나올까? 알 수 없다. 장점만 취한다는 게 그리 쉬운 게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계속해서 좋은 배우자를 찾아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잘 길러보려 한다. 제품 A와 제품 B의 장점만 융합한 제품 C를 만들기 위한 시도도 마찬가지다. 

이번 검증 상품은 '너트바와 그래놀라의 장점을 섞고 싶다'는 마음의 결과물, 그래놀라바다. 

간편하다는 것이 최고 장점인 너트바!

알갱이가 작은 만큼 씹는 부담이 덜한 그래놀라!

둘이 합쳐 그래놀라 바!

드셔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너트바는 과자처럼 까서 걍 씹기만 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단하고 알갱이가 큰 편이라 씹는 게 부담이 되는 경우가 있다. 

반면 그래놀라는 알갱이가 작고 먹는 순간에는 너트바보다 편하지만 그릇, 우유, 숟가락의 준비물이 있어야 한다는 게 은근 귀찮다. 

그래서 그래놀라를 너트바처럼 먹을 수 있는 그래놀라 바를 만든 것이다. 

이런 짓을 할 업체는 딴지마켓에 하나뿐이다

리얼 핸드메이드 브랜드의 너트바, 그래놀라 등 가공 견과와 육곡리 시리즈로 견과류 자체의 맛까지 통달하겠음을 천명한 견과류 덕후 업체, 코코미!

아직 작은 규모이지만 대형 공장 못지 않게 생산할 때의 절차, 위생에 신경쓰고 있다. 이미 이 업체의 제품을 드셔보신 분들은 검증기사를 통해 확인하셨겠지만 그 모습들, 다시 한 번 보고 넘어가자.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는 공장 #1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는 공장 #2

로스팅 하지 않은 채로 신선하게 보관 중인 원재료(견과류)

당일 생산분만큼만 로스팅한다.

부드러운 식감을 위한 2차 건조 설비(열풍, 냉각)

포장+안정성 검사를 하고 출고한다.

포만감의 씨드바와 쌉쌀한 카카오바

그래놀라를 너트바처럼 먹을 수 있는 것만도 좋은데 골라 먹는 재미까지 있다. 리얼 핸드메이드 그래놀라 바는 씨드바와 카카오바 두 가지다. 

씨드바는 해바라기 씨, 참깨, 호박씨, 치아시드, 헴프시드를 주재료로 해 먹을 때 다소 포만감이 느껴지도록 만든 제품이란다. 

물론, 우리들은 알고 있다. 인간의 위장은 신축성이 엄청나다는 것을. 거기다 밥먹는 배, 간식 먹는 배를 나누는 기능까지 더해진 현대인의 배에 씨드 따위가 더 먹겠다는 욕망을 다스릴 수 없음도 잘 알고 있다. 그저 이 그래놀라 바 하나로 한끼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에 위로의 손길을 내밀어주는, 딱 그 정도의 포만감으로 이해해주시면 되겠다. 

카카오바는 그 쓴 맛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먹는 단계에 이른 카카오닙스를 주재료로 한다. 

그러다보니 씨드바보다 어둡고 다크한 색갈에 쓴맛이 느껴지지만 그만큼 뒷맛이랄까? 목구멍에 남아있는 달짝지근함 때문에 또 뭔가를 입 안에 넣고 싶은 그런 느낌이 덜하다. (달지 않다는 게 아니라 씨드바 보다 덜하다!) 물론, 그렇다고 식욕을 원천봉쇄해주는 수준을 기대하라는 건 아니다. 역시 그냥 '이제 그만 먹어도 되지 않겠니?' 부드럽게 말해주는 수준으로 이해해주시면 되겠다. 

나이스 트라이!

다시 말하자면 A의 장점과 B의 장점을 모두 모아 장점+장점의 C를 만드는 시도가 언제나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A, B 중 장점 하나만 달고 나와도 성공적이랄 정도고 최악의 경우에는 단점만 골라 가진 제품이 나와 소비자를 뜨악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 리얼 핸드메이드 그래놀라-씨드바/카카오바는 다른 것 같다. 이제 막 팔기 시작하는 입장에서 성패를 속단하긴 이를 것 같고, 시제품과 완제품을 모두 시식해본 입장에서 '좋은 시도였다' 엄지 척 세워줄 만큼은 되더라. 

무엇보다 우유에 말아 먹어야 능사인 줄 알았던 그래놀라의 번거로움도, 많이 먹으면 턱 아픈 줄 알았던 너트바의 튼튼함도 없다. 이 정도면 양 쪽의 장점을 다 가졌는지는 나중에 따지더라도 양 쪽의 단점을 모두 걷어낸 제품이라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물론, 맛은 기본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