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홀짝

겨울 바다가 있는 그곳, 속초에 갔다

머 갑자기 기분이 센치해졌다거나 실연을 당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속초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속초 해수욕장 인근. 아직 2월이라 겨울 바람이 매서웠다. 간밤에 서울에서 고속버스로 세 시간을 달려 이곳에 온 본 기자, 이런 멋드러진 풍광을 보면 어김없이 이런 감탄사가 절로 나오기 마련.

'와... 시바...'

감탄의 시간도 잠시. 숙소에서 뛰쳐나와 걷기 시작했다. 목적지 또한 속초 해변 인근이라 걸어서 이동한다. 십여 분 정도 걸었다.

한 통의 메일

이 이야기는 딴지마켓에 날아든 한 통의 입점 문의 메일에서 시작한다.

와, 오징어다. 맛있어 보이네. 그런데... 

아래 붉은 박스를 확대해보면,

퍼뜩, 이런 생각이 들더라.

'나도 입 있는데'

며칠 후, 샘플로 오징어가 왔다. 딴지마켓 검증 요원들과 편집장님이 모두 '엄치 척'을 시전하였다.

하지만 검증의 딴지마켓, 아무리 맛있어도 한 방에 입점을 결정할 순 엄따! 재빨리 속초행 티켓을 끊고 현장 검증에 나섰다.

절대 총수님만 맛보게 해드리고 싶다고 말해서 삐진 거 아니다. 흥.

해풍 건조 오징어, 속초 '조양덕장'

조양덕장은 대표님 내외가 운영하시는 '개인 사업장'이다. 따라서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규모가 크지 않다는 건, 생산량이 많지는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조양덕장은 한 가지 미덕을 가지고 있으니 그건 바로...

오징어가 항구에 도착한 이후의 모든 과정을 다 책임진다는 거다

(자료 사진 : 조양덕장 제공)

동해바다에서 건져올린, 당일 잡은 오징어를 경매 받아 오징어 활복장으로 보낸다. 이렇게 활복장으로 온 오징어는 활복을 기다리게 된다.

(자료 사진 : 조양덕장 제공)

오징어 활복하는 모습이다. 통오징어를 가져와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는 작업이다. 이곳에서 오징어 활복을 하시는 분 거의가 20년 이상 경력자다. 위 사진에 나오는 분은 무려 25년 경력을 가지고 계신다.

(자료 사진 : 조양덕장 제공)

경매 받아온 오징어를 그날 바로 모두 손질한다. 오징어 배를 갈라서 손질한 후 덕장에 널기 전의 상태다. 오징어를 맛나게 먹기 위해서는 반드시 당일에 이 모든 과정을 거쳐 널어놓아야 한다.

(자료 사진 : 조양덕장 제공)

오징어는 분류도 쉽고 잘 말릴 수 있는 대나무에 크기에 따라 일정 간격을 두고 말린다. 대략 15~20마리 정도씩 말린다.

(자료 사진 : 조양덕장 제공)

대나무에 정렬한 오징어는 다리에 또 대나무를 끼워 벌려주는 작업을 한다. 역시나 손이 많이 가는 직업이다.

(자료 사진 : 조양덕장 제공)

1~2일 정도 말린 20%정도 건조된 상태다. 해풍 건조라 날씨에 따라 마르는 정도가 다르다고 한다.

(자료 사진 : 조양덕장 제공)

오징어가 어느 정도 마르면 위 사진과 같이 된다. 반건조 오징어 상태.

(자료 사진 : 조양덕장 제공)

모든 손질을 끝내 놓고 마른오징어로 축잡기 전의 모습이다. 다 마른오징어를 걷어다 포장 보관하기까지의 모든 과정, 조양덕장 대표님 내외가 모두 책임진다.

오징어 해풍 건조 27년, 장인의 손길 

온라인 판매를 담당하고 계신 조양덕장의 따님께서 말씀하시길, 이제 속초 지역에는 해풍 건조로 오징어를 말리는 집이 몇 집 안남아있다고 한다. 해변에서 가까운 곳은 이제 숙박업소나 식당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오징어를 널어놓을 땅도 많이 줄어들고 있다. 손이 많이가고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기 어려운 해풍 건조보다는 공장을 지어 기계식 열풍 건조를 택하는 것이 요즘 추세란다. 솔직히 조양덕장도 언제까지 해풍 건조를 고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단다.

27년 세월 동안 오징어 해풍 건조를 해오신 덕장의 대표님, 이라기보다는 어머님이라고 불러드려야 할 것만 같은 이분. 스치는 바람만 봐도 무슨 무슨 바람인지 다 알고 계실 정도다. 비라도 올라치면 당장 널어놓은 모든 오징어를 잠시 걷어두었다가 다시 너는 일의 반복. 오징어 잡이 철이면 경매장에서 받은 오징어를 하나도 빠짐 없이 모두 손질해내는 것도 27년간 빠짐 없이 해온 일이다. 하여, 기업형 대량 생산은 꿈에도 못 꿀 일이지만 오징어에 대한 자존심 하나만큼은, 강하다.

먹어 보면 안다.

조양덕장 건조 오징어와 반건조 오징어, 솔까 인터넷에서 가장 싼값에 파는 오징어는 아니다. 그러나 이유가 있다. 오징어가 최상품이기 때문이다. 물론, 조양덕장이 경매로 구입한 오징어가 100% 최상품은 아니다. 그러나 열분덜이 딴지마켓에서 구입하는 조양덕장 오징어는 100% 최상품이다. 어째서냐?

몸은 성하고 크기도 무게도 실한 오징어더라도 물이 안 좋고 죽은 지 좀 된 놈들은 말리더라도 맛이 덜하단다. 이런 놈들도 따로 도매상에 싸게 넘긴다. 조양 덕장 어머님이 말씀하시길, 도매상분덜도 조양덕장의 A급 오징어가 최상품인 거는 아시지만 싼 값에 팔 수가 없기에 오히려 사 가기를 꺼려 하신단다.

랜덤으로 본 기자에게 간택된 반건조 오징어. 물이 좋은 오징어는 일케 실핏줄 같은 거시 선명하게 보인다.

다시 말하지만, 오징어 자체가 싸고 물이 안 좋은 게 있다. 그런 걸 보통 반건조로 쓴다고 한다. 허나 조양덕장은 그런 거 없다고 한껏 자신감 쌔우신다.

자존심

장사 하루이틀 한 것도 아니라는, 그래서 내 물건에 대한 자존심으로 일하기 때문. 이란다.

본 기자, 분명 가장 싼 오징어는 아니라 말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 질 좋은 오징어를 이 가격에 살 수 있는 곳도 여간 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드셔보시라. 먹어 보면 안다.

포장 좌측 상단의 표기를 잘 보아야 한다. 속초시 건조인 협회에 등록된 덕장만이 사용할 수 있는 포장지다.

'속초시가 인증'한 속초 오징어라는 얘기. 

아쉽게도, 본 기자가 방문한 2월에는 말려지고 있는 오징어를 볼 수가 없었다. 가뜩이나 중국 어선이 동해바다까지 올라와 오징어를 치어까지 싹쓸이 해 가버리는 통에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하여 이번 겨울에는 건조 작업이 일찍 끝났다고 한다.

그러나 다음 겨울에는, 반드시 재방문하여 오징어 손질에서부터 널어 놓는 일까지 몽땅 취재하기로 약속했다. 잘하면, 오징어 잡이 배까지 탈 수 있을지도.

속초시 건조인협회가 사용하고 있는 냉동창고에도 가봤다.

토실토실한 반건조 오징어

고소한 마른 오징어.

보통 마른 오징어는 불에 구어 먹지만, 조양덕장 마른 오징어는 굽지 않고 그대로 먹는 게 더 고소하단다.

지하 70m 청정담해수로 씻은 오징어를 말리기 때문에 짠맛도 적다능.

마무리

조양덕장 오징어, 사실 이미 온라인 구매자들에게 어느 정도 검증된 상품이다.

N 포털사 유명 카페에서 무려 29차에 걸쳐 공동 구매가 진행된 상품이기 때문이다.

오징어에 대한 자신감을, 딴지스들에게 얼굴을 인증하는 것으로 피력하는 조양덕장 오징어.

졸라 강추닷! 끄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