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마켓 퍼그맨

이제는 필수품이 된 공기질 측정기

대한민국은 펜데믹 상황에서 마스크를 안정적으로 공급해낸 나라다.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라도 마스크를 끼고 살아야 하는 나라였기 때문에 생산 인프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잘 갖춰져 있었던 것이다. 이런 걸 전화위복이라 해야할까? 

어쨌든 이렇듯,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은 봄겨울로 미세먼지에 시달리며 살고 있다.

대한민국의 일년나기 필수품은 마스크와 공기청정기에 그치지 않는다. 여름에는 습하고 겨울에는 건조해지는 이 롤러코스터 같은 습도 변화 때문에 가습기도 집집마다 구비하고 계실 것이다. 공기 상태에 따라 몇 개의 템이 들어가는 실정인, 참으로 다이나믹한 환경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공기는 눈에 안 보이는 것. 습한지, 건조한지, 맑은지, 탁한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하나하나 정보 검색하고 최저가 찾아가며 구비한 공기청정기와 가습기와 마스크 등등을 언제 어디서 써야 하는지는 정확히 판단하기 힘들다. 감으로 때려맞추거나 매일 일기예보를 확인하며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공기질 측정기가 대중화되기 전까지는. 

그러나 짧은 센서 수명

전문가들이 쓰는 고가 장비인 줄만 알았던 공기질 측정기를 너도 나도 쓸 수 있게 된 것은, 중국산 저가 제품들의 보급 덕일 것이다. 

크고 컬러풀한 터치 스크린에 온도, 습도,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농도까지 측정되면서 스마트폰, iOT 가전에 연동까지 되는 제품인데 10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팔아제끼고 있으니, 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다른 생산 기업들도 인건비가 싼 국가의 공장을 알아보고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저가의 제품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당연히 전문가용 측정기에 들어가는 비싼 센서 대신 저렴한 센서를 썼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수명이 길지 않은 센서인데, 저가 센서는 더더욱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 뽑기 운이 있겠지만, 이런 센서는 대략 2년 정도면 맛이 간다 보시면 되겠다. 

이미지 출처 - 소비자24(https://www.consumer.go.kr/)

맛이 간다고 해서 한 번에 팍 꺼지는 식이 아니라 점차 오차 정도가 커지다 나중에는 아예 엉뚱한 수치를 표시해주는 식이다. 이것 때문에 엄한 공기청정기와 냉온풍기를 참 많이 돌렸다. 뭐, 미세먼지 센서는 원래 수명이 짧다고 알고 산 것이라 이해가 갔다. 그런데 온습도 센서까지 함께 맛이 갈 줄은...

보다 오래 가는 공기질 측정기를 찾아서  

2년이라도 정확하면 다행이지만 박스를 열어서 전원을 켜자마자 부정확한 수치를 보여주는 제품도 많았다. 오죽하면 환경부가 나섰겠는가. 2019년부터 인증제도를 마련해서 정확한 센서를 달고 나오는 제품을 선별해 등급을 매겨주고 있다. 

이지테크의 에이오 공기질 측정기는 반복재현성, 상대정밀도, 자료획득률, 정확도, 결정계수, 이상의 모든 측정 분야에서 1등급을 받은 제품이다. 

국내 정식으로 판매되는 측정기 중에서는 최상급으로 정확한 제품군에 든다는 얘기다. 거기다 센서 수명이 8년 정도라 홍보 중이기도 하다. (사용함에 따라 오차가 늘어갈 순 있어도 아예 엉뚱한 수치를 표시하지 않고 제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간이 8년이란 의미다.)

스위스 센시리온 사의 센서를 쓰기 때문이란다. 

센시리온 사의 홈페이지

1998년 설립된 기업으로 여러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2019년엔 완제품도 아닌 미세먼지 센서로 올해의 전자제품 상을 받은 것이 특이하다.) 검색 사이트에서 센시리온 센서로 검색하면 미세먼지 센서, 온습도 센서 등 다양한 환경 센서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센서 부품 하나가 어지간한 저가 측정기 완제품의 가격은 훌쩍 뛰어넘는다. 그런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 기업의 센서 생산량은 2014년부터 7,500만 대를 돌파했다. 그만큼 성능과 내구성이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겠다. 

물론, 저가 제품 중에서도 센시리온 센서를 썼다고 홍보하는 경우가 있다. 센시리온에서 생산되는 센서의 종류가 많은 만큼 저가 센서들도 존재하기 때문인데 이런 것에 혹하시면 안 되겠다. 정확도가 낮은 보급형 센서를 썼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보급형이라도 정확도가 낮은 센서를 공급하고 있다면 센시리온이 믿을 수 있는 회사가 맞냐는 의문을 가지실 수 있겠다. 이건 측정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라 한다. 보급형 센서는 대부분 간접 측정 방식을 쓴다고. 대충, 해당 공기 성분을 직접 측정하지 않고 측정이 쉬운 다른 요소를 파악해 원하는 성분의 농도를 추정하는 방식을 쓴다고 이해하심 되겠다. 공기 중에 섞여있는 게 이것저것 얼마나 많은데;;; 이래서는 정확할 수가 없을 것이다.

아무튼 2년 쓴 중국산 측정기의 고장으로 온갖 필요 없는 소모를 경험한 입장에서는 고가의 센서를 전면에 내세운 에이오에게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본질에 충실한 측정기 

드디어 제품 수령

받아본 제품의 기능은 미칠듯이 심플하다. 터치 스크린도 아니고 다운 받으라는 어플도 와이파이 연결만 해주고 만다. 

가운데 와이파이 모양의 터치형 버튼을 길게 누르면 와이파이 연결 모드로 진입한다. 

화려한 기능을 자랑하는 여타 기기들에 비해 아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써본 입장에서는 대부분 쓰지 않는 기능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실내 미세먼지 수치랑 연동해서 공기청정기 작동? iOT 기능 달고 나오는 공기청정기라면 대부분 별도의 기계 필요 없이 알아서 한다.

온도 체크해서 에어컨 작동? 이 또한 인버터 제품의 등장으로 거의 쓸모가 없어졌다. 껐다 켰다 할 필요 없이 시원하면 절전 형태로 운전하면서 알아서 온도를 조절한다. 

가습기도 마찬가지. 일정 습도에 맞춰 알아서 분무량을 조절하는 제품들이 널려 있어 굳이 공기질 측정기와 연동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공기질 측정기는 앱과 인공지능 스피커까지 연결해놓은 노력이 무색하게 오로지 실내 공기질을 확인하는 용도로만 쓸 뿐이었다. 생활가전을 남들보다 신경 써 장만하는 분들이라면 생산가의 추가적인 상승 없이 공기질을 정확히 측정해 보여주는 데에 집중한 에이오 같은 제품이 나을 것이다. 

하단 센서부와 성능 등급 정보.

개인적으로는 무수한 기능을 자랑하다 2년 뒤 연동한 기기들을 오작동 시키는 제품보다는 8년 동안 공기질을 제대로 표시해주는 제품을 기준 삼아 각각의 가전 작동 여부는 스스로 결정하는 쪽을 택하겠다.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지 않은 대신 USB-C타입 단자를 달고 나왔다. 어차피 공기질 측정기를 설치하는 위치는 침대 근처. 역시 경험에 근거해 이런 제품은 생각보다 휴대성이 필요하진 않았다는 깨달음도 공유드린다. 

본질에 충실한 만큼 다른 기기에는 없는 장점도 있는데 외부 환경 정보와 실내 정보를 비교해 보여준다는 것이다. 

네모 칸을 누르면 화면 표시 레이아웃이 달라진다. 

이것의 의외로 요긴했는데 실내와 실외의 온도차 습도차 등을 알고 환기나 결로를 막기 위한 제습제 준비 등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국내 생산이라 더 반가운

에이오는 가전 제품 중 드물게 MADE IN KOREA다. 기업 정보 유출에 조심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모처럼 생산 공장을 취재할 수 있었다.

광명 테크노파크. 단지 규모가 커서 A동을 찾는 과정에서 좀 헤맸다.  

A동 5층 한쪽 면을 공장으로 쓰고 있었다.

조립 라인.

이것이 에이오에 들어가는 센시리온 센서 

기능검사

완제품들이 제대로 조립되었는지 확인하는 비전 검사

비전검사를 통과한 제품들은 먼지 차단을 위해 설치된 장막 안에서 최종 품질 검사를 거치고 

포장이 되어 배송을 기다린다. 

마, 이게 공기질 측정기다! 

센서의 정밀도와 내구도도 최상, 환경부 인증 등급도 최상, 국내 생산이라는 메리트까지, 에이오는 왜 아직도 인지도가 낮은지 이해가 안 가는 공기질 측정기였다. 

A/S 또한 자신 있어 했다. 아시다시피 직접 생산하는 기업과 위탁 생산하는 기업은 사후 수리가 필요할 때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제품을 뜯어 고쳐주는 작업을 하지 못하는 기업은 그저 교체를 위해 제품 여분을 쌓아두는 것밖에 할 수 없으니 말이다. 무상수리 기간 1년 동안은 택배 비용까지 이지테크가 부담하여 수리를 진행해준다고 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제품의 그것에는 못 미칠 것이라 생각할 분들이 있을까봐서 이번에도 보증보험 가입을 부탁했다. 

혹, 아직도 더 많은 기능의 제품이 더 싸다는 것에 끌리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런 분들은 마음에 둔 제품을 경험해보시는 것도 좋겠다. 

대신 한 가지는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생각보다 활용도가 낮은 부가 기능들 속에서 실제와 멀어져가는 모니터 수치들을 확인하시다보면 분명, 이 제품이 생각나실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