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마켓 퍼그맨
티백은 뭘로 만드나
차를 우리려면 다기가 필요했던 시절은 이제 까마득한 옛날이다. 감성을 위해 아직도 다기에 차를 내려 먹는 분들도 있지만 티백이란 것이 등장하면서 차에 대한 수요는 즉석으로 걸러 먹는 형태의 제품들이 대부분을 점유하게 되었다.
하지만 미세 플라스틱 문제가 조명되면서 최근 들어 티백의 편의성보다 소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종이 티백에는 폴리프로필렌 코팅이 되어있다는 사실, 삼각 티백은 나일론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 등이 새삼 주목 받으면서 이를 사용해 차를 우렸을 때 미세플라스틱이 얼마나 검출되는지에 대한 연구도 이뤄졌다.
덕분에 검색을 조금만 해보면 관련 기사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다량의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었기에 티백으로 차를 마시는 것은 피하자는 내용의...
하지만 다기로 차를 우리는 것은 바쁜 현대인에게는 너무 번거로운 일. 알면서도, 미세 플라스틱을 동반한 이 편리함을, 끊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생분해되는 실 써큐론(CircuLon)
하지만 유명한 영화 대사 마냥, 인류는 방법을 찾는다. 늘 그랬듯이.
아니, 방법은 이미 나와있다. 딴지마켓을 구석구석 둘러본 분들이라면 아실 만한 섬유, 써큐론이 그것이다. 생분해 되기 때문에 폐기 후 처리 걱정도 덜하고 99.9%의 항균력까지 갖고 있는 거짓말 같은 원단.
사탕수수, 사탕무, 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포도당을 미생물에게 먹이고 가공해 안전한 무향 무취의 PLA 소재를 만들며, 폐기 후 180일 이내에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됨은 물론, 이걸로 만든 수세미는 미세플라스틱 불검출에 항균력 테스트까지 완료했다는 등, 이것을 만든 업체가 딴지마켓 입점 문을 두드리면서 해준 설명을 듣고있자니 믿기지가 않았다.
항균인데 어떻게 생분해가 되냐고 캐물어봤다.
세균이 아니라 효소에 의한 분해라는 대답을 들었다.
과정을 보여 달라 그랬다. 마침 수출을 위해 만든 자료가 있다고 했다.
Biodegradation이란 생분해란 뜻이다. 일부러 찢었다고 보기엔 유실된 면적이 눈에 띄고 잘랐다고 보기에는 탈락면이 거친, 말 그대로 미생물에 의한 분해 과정의 사진이다.
공장 방문
써큐론의 생산 업체는 코레쉬텍이란 곳이다. 원래는 메쉬형 프리필터를 제조, 납품하거나 미세먼지 방충망 등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다 써큐론을 개발하고 다른 원사 공장에 생산을 의뢰했으나 샘플 하나를 만들려면 톤 단위로 계약해야 하는데다 불량률도 높았다고 한다. 결국 자체 제작을 위해 대출을 땡겨 직접 공장을 지었다고 한다.
섬유 산업의 도시(였으나 최근에는 중국과 동남아 등에 주도권을 빼앗긴지 오래인), 대구로 내려갔다.
공장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자랑스럽게 진열되어 있는 써큐론의 원사 샘플. 저 현수막도 써큐론으로 만든 현수막이었다.
딴지그룹 사옥으로 찾아올 때 들고 왔던 수세미와 티백들도 보인다.
PLA로 만든 시제품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종류가 정말 많았다.
실을 뽑는 과정은 기업 비밀이라 볼 수 없었고 대신 써큐론으로 티백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아직 제품화 초기 단계라 관련 제품이 많이 없지만 이 티백은 이미 유럽 등지로 수출 중이라고. 이렇듯 코레쉬텍은 한 번 쓰고 버리거나 제품 수명이 짧음에도 생필품으로 자리 잡아 소비가 많은 제품들을 써큐론(생분해제품)으로 대체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리턴투네이처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제품들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리턴투네이처가 만든 도라지차, 기관차!
여러 차례의 시제품 제작과 개선을 거친 끝에 수세미와 샤워타월, 앞치마를 시작으로 주방용품, 욕실용품을 만들어 입점할 수 있었다. 지금은 많은 딴지마켓 고객들이 이를 애용해주고 계신다. 하지만 회사의 주요 수출품인 티백을 입점 못한 것이 아쉬웠던 모양인지, 리턴투네이처 직접 차 제품을 만들어 왔다.
이름하여 기관차!
기관지가 안 좋은 사람에게 도라지를 먹여온 우리 민족의 노하우에서 착안한 이름 같다. (기차와는 다르다! 기차와는!)
기관차의 개발 동기는 써큐론 티백이지만, 그렇다고 조연을 주연 취급할 수는 없는 법. 제품의 주인공인 도라지에도 신경을 썼다. 100% 국내산 도라지만 담는 것을 넘어 전국 도라지를 모두 우려봤다고 한다.
깔끔한 맛의 차를 즐기고 싶다면
믿거나 말거나 제품은 결과로 말한다. 장고 끝에 악수 두는 바둑 기사가 있듯이 전국의 도라지로 제품 개발 연구를 했다 해도 맛없는 도라지차를 만들 수도 있는 거니까.
티백 원단인 써큐론의 훌륭함이야, 이미 확인된 바, 도라지차의 맛만을 평가해봤다.
솔직히 처음에는 풍미가 옅고 심심한 차라고 생각해 입점을 망설였다.
하지만 생도라지의 맛을 떠올려보면 이것은 의도된 옅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은은하게 달고 구수한 맛이 돌기는 하지만, 쌉싸름한 맛과 살짝 아린 느낌도 나는, 아이들에게 주면 바로 뱉어버릴 것 같은 그 맛을 잡기 위해서 말이다.
기관차라는 이름에 충실하기 위해 도라지의 사포닌을 풍부하게 유지하면서도 거부감이 생길 수 있는 맛은 잘 잡혀있다. 진한 도라지 향과 맛을 기대하셨다면 다소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식수 대용이나 냉차로 소비할 고객들의 취향까지 고려하면 수긍할 만한 방향이겠다.
그런 이유로 연하고 맑은 느낌의 차를 선호하신다면 추천 드린다. 미세 플라스틱이 없는 티백을 생각한다면 더욱 깔끔한 기분으로 마실 수 있을 것이다.
딴 지 마 켓 검 증 필 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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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명 | |
리턴투네이처 기관차 | |
제품설명 | |
생분해성 프리미엄 삼각티백으로 안심하고 먹는 도라지차(30개입) | |
검증단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