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마켓 감자돌이
나랑 삼 보러 가지 않을래
해가 짧은 겨울엔 오전 8시에도 날이 어둡다.
두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경북 상주의 어느 작업장.
주바라기 인삼농원은 부부 두 분이서 직접 인삼 재배와 작업까지 다 하는 곳이다.

창고엔 귀한 인삼이 쌓여있다.

인삼들이 자란 밭으로 가보자.

가는 길에 만난 친구


삼은 씨앗을 트기 위해 밭에서 1년을 키우고 이를 다른 밭으로 옮겨 키운다. 이렇게 6년을 키우면 6년근이라고 부른다.
삼 꼭지를 ‘뇌두’라고 부르는데 이는 삼의 줄기가 나오는 부분이다.
삼은 1년에 한 번 줄기와 잎을 내 뇌두를 보면 삼의 나이를 알 수 있다.

삼은 산삼, 장뇌삼, 인삼, 홍삼, 수삼, 백삼, 흑삼 등등등 종류가 굉장히 많아 보이지만 찾아보면 같은 삼인데 재배 방식이나 관리하는 방법에 따라 이름을 다르게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인삼은 본래 뿌리가 사람의 모습과 비슷해 지어진 이름이지만 지금은 사람이 재배하는 삼을 인삼이라고 구분 지어 부른다.

문워크 중인 마이클 인삼
ㅇㅠㄱㅣㄴㅗㅇ
사실 주바라기 인삼농원의 인삼은 특별히 시식기라고 할만한 게 없다.
인삼 요리도 아니고 그냥 밭에서 캔 흙 잔뜩 묻은 인삼을 박스에 담아 보내는, 말 그대로 그냥 ‘인삼’이니까.

쓴데 달달하고 오독오독한 식감이다. 시식기 끝.
그래서 오늘은 유기농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오늘 소개하는 인삼은 유기농 인삼이다. 우리는 유기농에 대해 얼마나 아는가.

유기농 하면 드는 생각은 ‘어렵다’.
맞다. 어렵다. 왜 어려울까.
한국의 친환경 농산물 제도는 무농약, 유기농이라는 2단계의 인증이 있다. 무농약 전에 저농약 인증이라는 단계도 있었지만 지금은 폐지됐다.
무농약은 해당 작물에 대한 비료 권장 사용량의 1/3만 사용하고 일체의 살균제와 살충제,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서류심사와 현장심사, 토양과 작물에 대한 성분 검사를 통해 1년간 유지되는 자격 심사가 이루어진다.
무농약 인증이 있는 밭 중에서 유기농 인증으로 넘어가고자 희망하는 곳은 유기농 인증을 신청할 수 있다.
유기농 인증을 위해서는 뿌리를 굵게 하는 구근 비대제와 같은 성장 호르몬제, 중량을 키우는 화학비료, 병충해 피해에서 균을 멸실하기 위한 살균제, 충을 박멸하는 모기약보다 독한 살충제와 땅을 황폐화시키는 제초제 사용이 엄격하게 금지된다.
대신 채소 껍질이나 낙엽 등으로 만든 천연비료와 정부가 인증한 유기농업에 사용한 자재는 사용 가능하다.

작물의 종류에 따라 유기 전환기는 2~3년 정도이고, 심사를 거쳐 유기농 인증을 취득할 수 있다. 취득한 후에도 매년 재심사를 통해 인증 면허를 관리한다.
인증제에서 명시하는 기준만 지켜도 유기농 인증을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한발 더 나아가 생태적으로 흙에서 유기 순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농가도 있다.


이처럼 유기농 인증을 받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인삼은 더 어렵다.

삼은 4월 초쯤 줄기와 잎이 나와 영양분을 받고 성장하다가 햇빛이 강해지는 6, 7월쯤부터 잎이 떨어지고 성장을 멈춘다. 잎이 떨어지면 더 이상 물리적인 크기가 커지지 않는다.
하지만 농약과 영양제를 사용하면 여름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고 오래 버텨 더 많은 성장을 유도할 수 있다. 이게 6년이 누적되면 그 차이가 많게는 10배 정도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더 힘들게 키웠지만 크기는 작아 가격도 높게 책정할 수 없게 된다.
삼의 유기농 인증이 더 힘든 또 다른 이유는 보통의 농산물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해 키우다 유기농 인증을 받고 싶으면 신청을 하고 그때부터 기준에 맞게 키우면 된다.
그러나 삼은 2년근까지만 유기농 인증을 받아준다. 그러니 유기농 인증을 받고 싶으면 사실상 처음 키울 때부터 인증 규정에 맞게 키워야 한다.

요즘 온라인에서 유기농 인증 없이 “거의 친환경”, “자연 농사처럼 방치하며”, “무농약처럼 키웠어요”, “농약 적게”라는 표현 등으로 유기농이 아닌데 마치 유기농인 것처럼 법적 테두리 안에서 모호하게 표기해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적어도 딴지마켓을 이용하는 분들은 이런 얄팍한 수에 속지 않으면 좋겠다.
더 좋은 소비를 위해
유기농 인삼은 크기도 더 작고 관리도 어렵다.
잡초도 자주 뽑아줘야 하고 손이 많이 간다.

그럼에도 대표님이 유기농을 고집하는 이유는 더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가만 생각해 보면 건강하려고 먹는 산삼인데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해 키운다는 게 약간은 모순적이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어려운 길을 걷는 인물에게 항상 좋은 이유만 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오늘 소개하는 인삼에는 좋은 마음이 들어있다.

좋은 마음으로 키운 좋은 인삼.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여러분의 면역력을 위해 추천드린다.
댓글 4
정말 유용한 후기입니다! 덕분에 구매 결정했어요 😊
잘쓰세요
대단하네요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