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구
광고 문의가 들어왔다. 그런데 이번 건은 좀... 색다르다.
대안학교다.
‘미생물부터 은하계까지 팔 수 있는 건 다 판다’는 마인드로 사세확장에 힘쓰고 있는 딴지그룹이지만 대안학교라고 하니 이것 참 좋은데 표현할 방법이 없는 심정이랄까.
지금은 미혼이지만 언젠가는 토끼같은 자식새끼를 슴풍슴풍 낳을 계획이 있는 차세대 예비 학부모 독구 기자가 취재(의 탈을 쓴 검증)를 나갔다. 평소 ‘내 아이는 대안학교에 보내지 않겠다’는 생각을 고이 품고 있던 기자인 만큼 조폭 두목도 한방에 제압할 매서운 눈으로 취재에 임했음을 엄숙히 선언하는 바이다.
지혜학교 건물 배치도
1. 대안학교와 지혜학교
대안학교는 입시교육에만 몰입하는 공교육의 모순과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나온 학교로 아이들의 행복과 즐거운 교육을 전면에 내세운다. 많은 사람들이 대안학교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나 역시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를 보내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첫째, 유년시절이 평범해야 성인이 되었을 때 타인과 공유 가능한 공통 경험이 생길 것이고
둘째, 본인이 남들과는 다르다는 자만심을 가질까봐 걱정이 되고
셋째, 이상적인 교육만 받다가 사회로 나왔을 때 무한경쟁&약육강식에 적응하지 못하고 우울증이나 피해 망상 등에 시달릴까 겁나며
넷째, 놀기만 하느라 기초적인 학습 능력이 떨어질까봐 우려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내 학창시절이 꽤 좋았기에 뉴스에 나오는 학교폭력이나 기타 문제들은 나와 내 가족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느껴지기도 한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별 탈 없이 일반학교를 졸업하는데 뭐 유별나게 대안학교에 보내나 하는게 평소 나의 지론이었다.
우리 광고주인 지혜학교는 2010년에 개교한 중고등통합 6년제 생활관형 대안학교다. 철학-인문학 공부를 통해 지혜롭고, 나를 사랑하고, 남을 존중하는 어른 즉, ‘성찰적 지성인‘을 길러내자는 것이 지혜학교의 교육 목표이다. 흠.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이다. 이번 취재는 어떻게 ‘지혜와 사랑으로 성장하게 교육’하는지, 그리고 이런 교육을 받는다는 아이들의 실제 생활은 어떤지 확인하는데 포인트를 두기로 했다. 그리고 대안학교에는 문제아들이 많다는 항간의 소문도 확인하고싶었다.
독구 기자와 함께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씹고 뜯고 맛보자. 출바알~
2. 정갈한 주변 환경
지혜학교는 광주시에 있다. 경기도 광주가 아니라 전라도 광주다. 행정지명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박호등임로 285. 학교 옆으로 황룡강이 흐르고, 학교 옥상에 올라가면 339미터의 어등산이 보인다. 주위를 둘러보면 사방이 논밭이다. 그렇다. 흔하디 흔한 시골마을이다.
지혜학교는 폐교된 초등학교 건물을 본관으로 사용한다. 본관 외 남학생 생활관인 두향재, 여학생 생활관인 이택재, 본과정 학습관 행단 등은 모두 개교 당시에 신축한 새건물이다. 아직 6~7년 밖에 되지 않아 깨끗했다. 각 건물의 거리가 조금 떨어져있어서 이동 자체가 운동이 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학교엔 담장이 없다. 학교 주위에 있는 좁은 도로는 한산했다. 사방이 탁 트여있어서 계절의 변화를 직접 느낄 수 있고, 마음도 느긋하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이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았으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나였기에 일단 환경이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잘 정돈되어있어서 신경써서 관리되는것 같았다. 아이들의 표정이 밝았던 것도 일정부분 환경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지혜학교 본관 (위)
지혜학교 인근 전경
말이 있다
3. 괜찮아, 수업이야
이런 환경에서 생활하고 공부하면 딴건 몰라도 심성은 고운 내 새끼가 될 것 같다.
이제 공부다. 학부모라면 응당 내 아이가 뭘 배우는지 궁금하다. 지금부터 까발려드린다.
근데, 좀 길다. 사실 제일 중요한게 아니겠는가.
지혜학교 교육과정은 기초과정 2년, 본과정 3년, 심화과정 1년으로 편성되어있다.
기초과정에서는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기초적인 지식을 습득한다. 생태, 지혜, 생활교육을 받고, 철학-인문학의 기초인 독서, 쓰기, 한자를 학습한다. 현행 중 1,2 에 해당된다. 도시의 찌든 때를 벗고 몸과 마음을 순화시키는 일종의 워밍업 기간이다.
본과정에서는 철학-인문학 교육이 강화된다. 또한 진로탐색, 진로 특강 등 진로준비과정이 운영되며, 자기성찰을 위한 명상수련과 지혜교육이 실시된다. 현행 중3,고1, 고2 에 해당된다. 본격적으로 배우고 때로 익히며 즐거움을 누리는 기간 되겠다.
심화과정은 현행 고3에 해당되며 진학 및 진로에 대한 지도가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현명한 결정을 위해 지혜수업이 강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대학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이 때 수능시험을 준비한다. 지혜학교에서는 지금까지 4기 총 66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약 90%의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였다. 진학 대학도, 전공도 각양각색이다.
중학교 검정고시는 4학년(고1) 여름방학에, 고등학교 검정고시는 6학년(고3) 1학기 때 치른다.
진학반 이외에 인문반도 있다. 대학 진학을 위한 공부가 아닌 지혜학교의 철학 인문학 교육을 심화해 배우는 과정이다.
이제 교과 내용을 알아보자.
일반 교과로 문학,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진로가치 등을 개설되어있다. 일반 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건 다 배운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일반학교 출신 아이들에게 꿀릴 걱정 없다..
예체능 교과에서는 음악, 미술, 체육, 예술을 배운다. 예술시간에 1,2학년은 합주, 3학년은 연극, 4학년은 영상을 배운다고 한다. 유년시절에 예술적 경험을 풍부히 쌓아야 성인이 되어서도 감수성과 심미안을 계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독구 기자이기에 예체능 수업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지혜학교 방침이 마음에 든다.
그렇다면 학교의 특징이자 자랑인인문학 교과로는 어떤 과목이 있을까?
독서토론, 글쓰기, 한자, 한문, 철학, 생태 등을 배우는데 가장 독특한건 라틴어이다.(라틴어는 정규 교과가 아닌 필수 개설수업으로 이루어진다고 하며 인문학 교과는 본과정에서 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서양철학을 배우는데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과목인데 의외로 호응도가 무척 높다고 한다. 매학기 마다 많은 책을 읽는데 리스트는 학기마다 달라진다. 인문학 수업은 대부분 토론식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이 직접 발제하고 세미나에 참석해야하기 때문에 수업강도가 높다. 실제로 아이들 책상에는 다양한 주제의 진지한 책들이 그득그득하게 쌓여있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지혜학교는 ‘성찰적 지성인’을 기른다. 성찰하기 위해서는 인류의 지혜 유산인 철학-인문을 배워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끊임없이 질문을 해야 한다.질문 없이 머릿속에 집어넣는 건 암기에 지나지 않는다.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지적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질문을 유도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아이들에게도 선생님들에게도 쉬운일은 아니다.
지금은 졸업한 김덕이 학생은 처음에는 ‘선택’하고 ‘질문’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했다. 이수영 미술 선생님은 ‘아이들이 굉장히 당당하게 질문을 한다. 그리고 본인의 호기심을 버거워하지 않는다’며 '아이들의 질문을 감당하려면 교사는 더 지독하게 공부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교장선생님이나 일반 선생님 앞에서 웃고 떠들며 자연스럽게 질문을 하고 대화를 나누었다. 선생님들은 성인을 대하듯 자상하고 동등하게 아이들을 대했다. 이 모습에서 지혜학교의 교육 방침에 진심이 느껴졌다.
자. 공부만 하면 이게 일반학교지 대안학교겠는가?
지혜학교 역시 생태 교육을 중시 여긴다.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며 ‘의식주를 내 손으로 해결한다’를 목표로 한다. 아이들이 직접 심고 가꾸는 밭에서는 지금 배추가 자라고 있다. 내년 밥상에 오를 김장용 배추다. 태풍 볼라벤으로 피해를 입은 건물은 학생들의 손으로 리모델링하고 있으며 바느질수업을 통해 옷과 관련된 실용기술을 익히고 있다고.
인성교육 역시 빠질 수 없다. 명상으로 내 안의 혼란을 다스리고, 다양한 야외 활동으로 세상을 보고 품는 심상을 단련한다고 한다.
생태, 인성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직접 보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다.
학교를 둘러보면서 느낀 건 아이들 표정이 참 밝다는 것이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스스럼 없이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눈치를 살피지 않아서 좋았다.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기타를 치는 모습에서 그들의 일상이 느껴졌다. 뭔가 찌들고, 속이고, 감추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반가웠다.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건강해보였다.
4. 그들이 사는 법
4-1. 생활관 생활
앞서 말한대로 전 학년이 생활관에서 생활을 한다. 한방에 3~4명의 아이들이 생활하는데 매 학기마다 같은 방을 쓰는 친구들이 바뀐다고 한다. 이러니 관계맺기의 달인이 될 수 밖에 없다. 어른들은 안다. 인간관계만 제대로 해도 삶이 더 행복해진다는 것을.
생활관에는 지도교사가 상주하고, 학생회의 일종인 사생회가 자치적으로 운영한다. 일어나서 잠들때까지 아이들은 서로를 다독이고 도와주며 산다. 전교생은 서로의 이름을 다 알고, 나이불문하고 반말을 한단다. 개인 생활이 없어서 힘들다고 한 친구도 있었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이렇게 공동체 생활을 하는것이 더 마음이 놓이지 않을까 싶다.
남학생 생활관 두향재
여학생 생활관 이택재
4-2. 학교생활
수업시간은 오전 9시 2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며. 저녁을 먹고 오후7시부터 9시 30분까지 묵학(자율학습)이 진행된다. 핸드폰과 기타 전자 기계는 일체 반입금지다. 컴퓨터는 교내에 비치된 컴퓨터를 이용하면 되는데 당연히 게임이나 영화감상 등은 금지되어있다. 핸드폰이 없으므로 아이에게 연락하려면 학교에 전화하면 된다. 스파르타 학원이 아니니 전화하는데 전혀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
한 학년이 한 반이며, 각 반의 인원은 15명 내외다. 담임선생님이 전반적인 사항을 지도한다. 학부모-교사는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는데 요즘은 ‘밴드’를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고무밴드가 아니다. 아이를 보내고자 하는 학부모는 네이버 ‘밴드’ 사용법을 익히자. 이거 네이버 광고 아니다. 네이버가 굳이 광고하고 싶다면야 함 고려해볼테니 문의 하던가.
그리고 일반학교에 적응하지 못해서 온 아이는 20%에 불과하고 나머지 80%는 부모님의 권유로 온 아이란다. 그러니 문제아들과 어울리는건 아닌가 하는 걱정은 내려놓으라고 했다.
학교에는 매점이 있다. 매점을 운영하는 친구들이 직접 먹거리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4-3. 문제에 대처하기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라면 필연적으로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지혜학교 역시 성역이 아니다. 대안학교에서도 학교폭력, 도난, 왕따 등 일반학교에서 문제되는 일들이 분명히 일어난다. 문제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다.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학생이든 선생님이든 누군든지 ‘멈춰’를 외칠 수 있다. 그러면 진짜 멈춘다. 뭐가? 학교 전 시스템이. 단 한명이라도 ‘멈춰’를 외치면 전 교사와 학생이 한자리에 모인다. 그리고 선언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 문제에 대해 토론한다. 심각한 문제의 경우 일주일 연속 토론을 하기도 했단다. 하루 9시간씩 토론하기도 했다니 말 그대로 끝장 토론이다. 이 자리에서는 중1도, 고3도, 선생님도 발언의 무게는 동등하다.
일반 학교와 사회에서는 문제가 발생하면 정황을 파악하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며, 가해자를 처벌한다. 지혜학교에서는 이러한 방식이야말로 공동체를 파괴한다고 본다. 폭력이나 왕따 같은 심각한 문제일 경우는 아예 전 관계자가 소집된다.
언젠가 왕따사건이 일어났을 때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가 아예 학교를 벗어나 한자리에 모인적이 있었다. 학부모들은 무엇 때문에 모였는지 알고있었지만 (그렇지만 학교측에서는 해당 학생의 이름은 알려주지 않는단다) 아이들은 이유를 몰랐다. 몇날 며칠동안 다 같이 공동체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더불어 사는 삶을 고민했다. 그런데 이런 시간을 갖고 나니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었단다. 물론 이후로도 몇몇 문제가 불거졌지만 확실히 빈도나 강도가 줄었다고. 폭력의 경우 최근 2년간 단 한건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문제에 대처하는 지혜학교의 방식은 ‘색출 및 제거’가 아니라 ‘다 같이 토론’이다. 너와 나를 구분하는 대신 너와 나를 함께 묶는 철학 덕분에 오늘도 지혜학교는 평화롭다.
5. 그렇게 부모가 된다
애들만 공부하는 건 아니다. 학부모도 공부한다. 매달 한 번씩 학부모대학이 열리는데 오히려 먼 곳에서 오는 부모님들의 참석율이 높다고 한다. 현재 40%의 학생이 전라도 출신이고 60% 학생이 그 외 지역 (특히 서울, 경기) 출신이다.
학부모들이 필수적으로 참여해야할 행사는 일 년에 세 번이다. 개교기념한마당, 지혜의 날, 학교축제. 특히 지혜의 날은 한 권의 책을 두고 교사, 학생, 학부모가 다 함께 독서토론을 한다. 책 읽기 싫어하는 학부모님도 일 년에 한권이니 절대로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학부모회가 있고, 학부모들은 학교 운영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 대신 치맛바람은 정중히 거절한다고. 또한 기숙학교에 보내버린 셈치고 본인은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학부모도 정중히 거절한다고 밝혔다.
학부모 성수진씨가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6. 학비의 딜레마
이제 마지막 관문이다. 학비다. 학비에는 생활관비와 교육비가 합쳐져 있으며 식비, 교재비, 재료비 등 모든 비용이 포함된 무옵션 일체형이다. 여행 같은 특별 활동이 아니면 추가로 돈 들어갈 일이 없다는 것을 알려드린다. 그래서 얼마냐면,
그건 학교측에 문의하거나, 9월 24일에 있을 입시설명회에서 들으시라.
학비를 공개하냐 마냐를 놓고 학교측과 딴지 수뇌부는 탈모가 생길정도로 고민을 했다. 문제는 학비를 공개하는 순간 지혜학교는 교육이념이고 과정이고 뭐고 싹 사라지고 얼마짜리 학교로 낙인 찍혀버린다. 그러면 일부 꼬롬한 언론에서는 귀족학교라며 벌떼같이 달려들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도 그런 적이 있다. 대안학교로서는 난감하기 그지없는 문제다. 그리하여 공개로 인한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을 내렸다.
기자 생각으로는 지혜학교 학비에 먹고 자고 공부하는 모든 비용이 포함된데다가 사교육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결코 비싸지 않다는 의견인데 판단은 학부모님이 해야하지 않겠는가. 비겁한 변명인거 나도 안다. 모 변호사 보다 더 미안해 한다는거 알아주시라.
7. 선택은 당신의 몫
자, 지금까지 독구 기자와 함께 지혜학교를 살펴보았다. 실제 인터뷰도 많이 하고 자료도 많이 받았지만 지면관계상 다 쓸 수 없는게 (글빨이 부족한 이유도 크지만) 못내 아쉽다. 더 자세한 것을 알고 싶은 사람은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거나 학교에 문의하면 된다.
지혜학교가 광고주여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이번 취재를 통해 대안학교에 대한 내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아이들의 표정이 밝은 것이 가장 인상 깊었다.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지내는 모습이 예뻤다. 그리고 성인이 되었을 때 어떻게 살아갈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의 한 시기를 ‘선택’과 ‘질문’하며 살았던 사람이라면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알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동체를 강조하는 교육 방침 역시 믿음이 간다. 오만함, 마음의 상처 등 부정적인 생각과 태도는 결국 좋은 인간관계를 통해 개선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겠는가. 나는 내가 중시 여기는 평범한 유년시절이라는 것이 과연 당연하고 평범한 것이었는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훗날 내 아이는 바르고 단단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취재를 끝내고 집에 오자 문득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는 것도 나름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내 결론이다. 언젠가 내 남편이 될 사람이 반대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결국 선택은 학부모의 몫이다. 똑같은 것을 보고 들어도 본 기자와 다르게 느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단 한가지는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다. 좀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해주고 싶고, 내 아이가 사람 귀한 줄 아는 행복한 사람이 되길 원한다면 지혜학교에 방문해 선택의 보기 하나를 늘리는 건 분명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어느 학생의 책상에 곱게 놓여있던 꽃
5.18 국립 묘지 참배와 5.18 추모 도보
합주와 연주
명상 수련
생태 홍시
지혜의 날
딴 지 마 켓 검 증 필 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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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단평 |
당 학교는 마켓의 기존 상품들과 성격이 달라 준비된 상세 정보 이미지가 없습니다.
대신 학교에서는 매 학기 학부모들에게 교육과정 통지서(성적표)를 보내주는데 이게 심장이 찡~해진다고 하니 열람해보시면 교육과정을 짐작하는데 도움이 되실 것 같아 공개합니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학생 이름은 삭제하였습니다.)
교육과정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은 지혜학교 홈페이지에 잠입해주세요.
안녕하세요 호호야님.
읽으면서 따뜻함이 느껴지는 훈훈한 후기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학부모가 될 나이가 되면 이 학교가 꼭 기억났으면 좋겠네요.
저희 아이는 초-중등 통합과정에 다니고 있어 고등과정에는 학교를 옮겨야 하기에 파파이스 광고부터 눈여겨 봤습니다.
독구 기자님의 방문기를 읽고 나니, 인문학 포커스 교육과정과 아이들 책상위의 책들이 든든함을 주네요.
같은 대안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로서, 대안학교의 발전(?)- 세 확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상의 교육을 현실적으로 가능케 하는 교사와 부모의 합을 의미함 - 을 간절히 염원합니다.
지혜학교도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있겠지만 교사-학부모-학생이 지치지 않고 그 뜻을 쭉 이어 가시길 바랍니다.
철학,인문 포커스 학교라니.. 정말 '교육'이 아닌 '공부'를 하는 학교인것 같아 반갑습니다.
철학, 인문교육에 포커스를 맞추고, 교육이 아닌 공부를 할수 있는 학교... 좋지요.
그러나 한반에 15명 내외, 남여 반반씩이라고 치면 한반에 남학생 여학생이 7~8명씩 있다는건데 서열싸움이 안일어날까요? 하물며 이 아이들이 그대로 6년을 가는데요.
폭력이나 왕따같은 굵직 굵직한 사건은 드러나겠죠. 하지만 아이들만의 은밀한 서열싸움은 선생님도 알 수 없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피튀기는 제2의 전쟁에 돌입하게 되는거죠. 집에와서 맘편히 쉴수도 없구요.
몇명 되지도 않는 애들이 오랜시간을 붙어 있어야 하는데 서열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일반학교의 학교폭력, 왕따, 입시위주의 교육, 사교육 걱정... 이런것들 때문에 대안학교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품고 계신것 같습니다.
내아이를 이학교에 보냈다라는 부모님들의 자기 만족으로 대안학교를 선택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아이한테는 지옥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어눌이님이 말씀하신 점도 일정 부분 수긍이 됩니다....만
그건 일반학교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학교생활을 보낸 아이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대부분의 대안학교의 수업과 교육과정은 협업을 통해서 과제물을 수행하고, 나의 부족한 점을 친구가 채워줄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고 있어요.
왕따나 폭력 등은 어디에나 있지만, 해결과정에서 아이들은 많은 것을 얻으며, 성장할 것입니다.
특히 아이들의 독립심을 키우는데는 데는 대안학교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성인이 되어도 몸과 마음을 부모에 의지하는 캥거루족들.. ㅜㅜ)
저희 아이의 졸업식날
....엄마, 우리 학교에 보내줘서 고마워...
우리나라에 좋은 학교들 많이 있어요.
학부모님들, 많이 알아보시고 후회없는 결정 하시길 바랍니다~
어눌이님의 말씀대로 많은 분들이 작은학교와 대안학교에 환상을 품고계시는것 같은데요 실상은 전쟁입니다.
초등학교의 경우 1학년 입학하면서 부터 서열싸움이 시작됩니다. 초등학생의 경우 아이들마다 발달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발달이 빠른 아이들이 높은 서열을 차지하게 됩니다. 한반에 적게는 3~4명 많게는 15명 정도가 있는데, 대부분은 남녀 따로 서열싸움을 하고 간혹가다 아주 강력한 한명이(여자아이) 한반을 휘두르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치열한 싸움끝에 서열싸움은 2학년쯤 마무리가 됩니다.
그과정에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서열에 수긍을 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서열높은 아이가 놀이에서 배제 시켜버리고, 수긍못하고 자꾸 반항을 하게되면 서열높은 아이들이 조직적으로 괴롭히며 왕 따를 시킵니다.그래서 전학을 가게 되지요. (8살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된다고 하네요. 아주 치밀하고 조직적이라고 합니다. 담임선생님도 잘 모를정도로 교실에선 노는척하고, 다른 어른이 있으면 또 친한척 하면서 같이 놀고,학부모들이 보고있으면 다른 아이를 잘 도와주고, 물건도 잘 빌려주며, 다치면 밴드도 가져와서 붙여주는 등 ... 서열높은 아이들은 모범생 취급을 받는답니다.)
아이들 수가 적으니 한반에 남녀 각각 한 무리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그 무리에 끼지 못하면 왕따가 되는 것입니다.
서열1위 남자아이가 공놀이를 안좋아하면 그 학년 남자아이들은 축구하기 힘들어지고, 서열1위 여자아이가 바깥놀이를 안좋아하면 다른 여자아이들도 밖에 나가 놀지 못합니다. 밖에 나가 놀다 들어오면 놀이를 따라가지 못해서 못 나가 논다고 합니다. ㅠ
주말에도 맘편히 못쉽니다. 다른아이들은 만나서 노는데 내아이만 빠지면 왕따될까봐 일부러 약속잡아서 아이들 놀게 해줘야 한답니다. 그래도 자기 아이하고 친한 아이 한두명만 조용히 불러서 주말에 놀고 집에서 재우는 엄마들이 꼭 있다고 하네요. 그것도 매 주... 이것도 무시못할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이렇게 지내다가 4학년쯤 되면 또 한번 전학의 광풍이 붑니다. 서열 낮은 아이가 학교생활이 힘들어서 SOS (1학년때 부터 아이들끼리 이런 저런 일이 있었다 폭로를 하고 학부모들은 놀라고 등등) , 서열 높은 아이들끼리의 다른 학년과의 갈등도 많이 일어 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서열 낮은 아이가 마음의 상처를 입고 전학을 간다고 합니다.
Wee센터 선생님들이나 자문위원, 청소년 상담센터 선생님, 교육청 자문위원(소아정신과 전문의) 선생님들도 작은학교에 관해서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요.
작은학교에서 왕따, 서열화 문제는 100% 일어나는 일이라고 하십니다.
작은학교 왕따문제는 피해학생 전학밖에 답이 없대요. 그리고 학년마다 문제없는 학년이 없다고, 왜 굳이 작은학교를 보내서 문제를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절대 작은학교 보내지 말라고 하신답니다.
그리고 지방 소도시 작은학교는 정말 정말 생각을 잘 해보셔야 합니다.
꼭 보내고 싶으신 분들은 그 학교 학부모 특성을 잘 살피고 보내야 합니다.
소도시 작은학교는 분교를 활용하다보니 자연친화적이고 주변에 불량식품 파는 곳 없고, 학부모들 합의하에 졸업때까지 휴대폰 사주지 않기, 읍에서 버스타고 이동하다보니 아이들이 다른곳으로 셀 염려가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학부모들 면면을 살펴보면 지방소도시는 주로 귀농인 (아토피 아이로 인한 귀농, 본인 건강상 문제로 귀농, 도시생활의 염증으로 귀농, 하던일이 잘 안되서 귀농, 학생운동하다 귀농 등등..)들이 작은학교에 많이들 보냅니다.
공교육에 반감을 가지고 있고, 일반학교의 돈있는 무대뽀 학부모들과 부딪히기 싫고, 시골 살지만 우리는 배울 만큼 배운 지식인들이라는 자존심이 있는 부류죠. (진상보존의 법칙은 언제나 예외가 없죠...)
이분들의 아이들은 공동육아모임, 어린이 독서모임, 숲산책모임, 건강한 먹거리모임 등등 여러가지 모임으로 취학전 부터 친한 친구 사이들이랍니다.
소도시 작은학교 한 학년의 절반정도가 어렸을때부터 부모와 아이 친분이 남다르답니다. 동네가 좁다보니 취학전 아이들이 모임에서 ㅇㅇ이모, ㅇㅇ삼촌 하고 부르던 분들이 담임선생님이 되기도 하구요.
이 아이들이 1학년때부터 무리의 선두에 서는 거죠.
공동육아 모임이라고 해서 아이들이 어렸을때부터 이집 저집 옮겨 다니며 놀고 먹고 자고 다른 어른들 손을 많이 타서 약삭빠르다고 합니다. ㅋ
설명을 위해 귀농인쪽을 A, 전문직쪽을 B라고 하겠습니다.
우선 작은학교는 익명성이 없습니다. 누구네 집이 뭐하는지 사돈에 팔촌까지 알고있어요. ㅋㅋ
그리고 학부모 모임도 여러번이고, 학교 행사도 많습니다. 한마디로 학부모들이 부딪힐 일이 많아요.
아이들 수가 적고 오랜시간 붙어있다 보니 아이들 개개인 장점 단점 성향이 다 드러납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금방 말이 돌아서 아이들 성향 파악은 금방 끝이나죠. 이것도 문제입니다.
아직 어린아이들이라 서툴고, 실수도 많고,이기적이기도 하고, 한마디로 사회성 발달이 다 다른데서 오는 즉, 시간이 지나면 차차 해결될 문제인데...
어른들은 어른들의 잣대로 '이번 1학년 문제아는 쟤라면서?' 하며 낙인을 찍어버리죠. 학부모들이 너무 깊게 개입해서 오는 아주 큰 문제입니다.
만약 낙인찍힌 아이가 B쪽 아이라면... 예를 하나 들어보죠.
아이 하나가 집에가서 (B쪽아이를 지목하며) B가 수업시간에 너무 돌아다녀서 수업에 방해가 됐다고 지나가는 말로 합니다. 그러면 그 엄마는 아이가 한 여러 이야기 중에 그 부분만 캐치해서 다른 엄마들에게 얘기합니다. 다른 엄마들도 아이에게 물어보겠죠. 아이들은 '응 돌아다녀' 하고 대답하구요.
엄마들이 수근수근대니 B엄마에게도 말이 들어가겠죠. B엄마가 선생님께 여쭤봅니다.
선생님 왈 '아이들 다 돌아다녀요. 남자아이들은 더 심하구요. 문제가 될 정도면 제가 먼저 어머님께 말씀드렸겠죠' 라고 하셨답니다.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고 하네요.
학부모들이 학교일에 사사건건 개입을 하니 선생님들도 지칩니다. 그래서 작은 학교는 초임교사비율이 높아요. 2년 버티다 바로바로 전근가기 때문이죠.
아이 성향에 문제가 있어도 아직 어리니까 하면서 서로 덮어주고 넘어가죠.
하지만 B쪽 아이와 문제가 생겼을 경우 얘기는 달라집니다. A쪽 아이가 B쪽 아이에게 맞기라도 하면 A쪽 학부모들은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그냥 아이들 사소한 다툼이 아니라 부잣집 아이 또는 의사아이에게 내 아이가 맞은게 되죠. 어른들 자존심 싸움이 되는겁니다.
그 반대의 경우 A쪽 학부모가 B쪽 학부모에게 사과해야 할 일이 생겨도 절대 사과 안합니다. B쪽 아이도 맞을만 했다. 평소 행동이 어땠다 하면서 여론을 몰아가죠.
소도시 작은학교 학부모들은 큰소리치며 일을 크게 만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폐쇄적인 작은 학교라 소문이 무섭거든요. 그리고 나름 지역 활동가도 많구요.
학부모 모임에 나와 B쪽 학부모가 말을 안하면 '왜 말이 없냐... 바로 교장한테 얘기하냐' 하면서 비꼬고,말을 좀 많이 하면 나댄다고 수군수군 한답니다.
해외로 가족여행 한번 가기도 눈치보인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질투하고, 학부모들은 대놓고 말은 안하지만 분위기 싸하다고 하네요.
B쪽 학부모들은 그냥 일반학교 보네세요.
제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A쪽 학부모님들을 나쁘다고 하는것이 아닙니다.
심심찮게 나오는 기사를 보면, 브랜드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임대 아파트 아이가 있으면
임대아파트 아이를 왕따시킨다는 기사를 왕왕 보셨을 겁니다. 제 이야기는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사람은 다 똑같으니까요. 자기와 다르면 배척하는... 어른들도 이런 태도를 보이는데 하물며 아이들은 어떨까요?
잘 지낼 수 있을까요? 서로 도와가며 사이좋게 지내길 바라는것은 어른들의 환상이자 욕심이죠.
하지만 작은 학교에 대한 긍정적인 글들만 있는것을 보고, 부정적인 부분도 알려드리려고 썼습니다.
세상에 나쁜아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학교 시스템이 아이들을 괴물로 만들지요.
학교가 도심과 떨어져있는 관계로 아이들은 버스로 이동을 합니다. 전학년이 버스 1~2대로 이동을 해야하니 초1들도 학교끝나고 고학년들 끝날때까지 기다리게 됩니다.
선생님들은 수업끝나면 잔업으로 바쁘고, 방과후 시간은 담임선생님들 소관이 아닙니다. 물론 방과후 선생님이 계시지만 방과후 교실에 계시지요.
방과후 수업은 방과후선생님들 수급문제로 수업이 1~2개밖에 없습니다. 방과후 선생님들이 그 멀리까지 그 돈 받고 기름값도 안나온다고 안오신다고 하네요.
저학년 아이들은 수업끝나고 2~3시간을 선생님 없이 자기들 끼리만 놉니다.
멀리서 보면 사이좋게 노는것처럼 보여도 가까이 가보면 서열낮은 아이들은 행동 하나하나 다 서열높은 아이에게 물어보고 합니다. '나 이거 해도돼?' '나 이거 한번만 만져봐도 돼?' '나도 놀이에 껴줘라' 등등
학교 수업 끝나고 바로 집으로 올 수 있는 시스템이면 좀 덜 하겠지요.
아니면 일반학교처럼 방과후 수업이 많아서 방과후선생님과 함께 한다면 더 좋겠구요.
작은학교 학부모님 말이 아이가 '엄마, 나 전학가면 안돼?' 하고 묻길래 '너 큰학교로 전학가면 중간놀이 시간도 없고, 선생님도 무섭고, 나쁜 아이도 많고,공부도 많이 해야하고, 숙제도 많고, 시험도 봐야하고, 시험 못 보면 남아서 나머지 공부해야해' 라고 말해줬더니 아이가 그 다음부턴 전학소리 안하더라고...ㅠ ㅠ
작은학교 아이들은 작은학교가 최고라고 생각해요, 학부모들이 그렇게 얘기 해주니까요. 큰학교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이 있죠.
저도 깜짝 놀랐어요.
예를들어 한집에 첫째아이는 서열이 높고(그 과정에서 다른아이 전학도 보냈겠죠) 둘째아이는 서열이 낮아 종살이 하듯 학교생활을 하고있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 경우도 있고요, 아님 아예 두 남매가 첫째는 왕따 둘째는 하녀처럼 생활하는 경우도 있고...( 워낙 왕따와 서열화 싸움이 많은 곳이라 케이스가 여러가지랍니다. 그리고 종과 하녀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작은학교 학부모님께 들은 단어인데, 학부모님 왈 이 단어 말고는 다른 알맞은 표현을 찾을 수 없었답니다. ㅠ)
많은 학부모님들이 아이가 왕따와 서열화 싸움에 밀려 힘들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데 알면서도 전학을 안시킨답니다. 그런 학부모들이 특이한 특성을 보인다거나 하는게 아니라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라는거죠. 위에 예를든 남매 어머님은 그 지역에서 아이 놀이문화 사업에 종사하는 활동가 였습니다.
아이한테 폭력과 폭언만이 학대는 아닌데 말이죠. 또 다른 학대를 하고 있는 겁니다.
작은 학교에 아이를 보낸다는 것으로 생각있고 의식있는 학부모가 된다는 약간의 허영이 전학을 망설이게 되는 여러가지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아이를 작은학교에 보낸다는건 지역 활동가들에겐 활동가로서의 배경이 되는 자식교육의 코스로 여겨집니다. 웃픈 얘기지요...)
작은학교에는 약간의 장애를 가진 학생들도 꽤 있습니다. 약간의 발달장애, 과잉 행동 장애,분노 조절장애, 학습 부진, 언어 장애, 애매한 자폐증상을 보이는 아이 등등... 어려운 문제라 저는 뭐라 판단하기가 쉽지 않네요. 하지만 상담 전문가 선생님들은 장애가 있는 아이와 학부모들에게 작은학교를 추천하진 않습니다. 장애아이를 가진 학부모님들 말씀은 작은학교에 가면 우리를 더 이해해주지 않을까 한다는데, 전문가 선생님들은 부정적이랍니다. 입학하자마자 아이는 낙인찍히고, 학부모는 너무 많은 상처를 입게 되는 곳이랍니다.
1학년 첫 학부모 모임에서 부터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아이때는 무조건 놀아야 한다.노는게 공부다.' ' '공부는 무슨 공부 때되면 다 알아서 한다.'
'놀다 놀다 지치면 5~6학년 때 쯤 공부좀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무조건 놀려라.'
' 지금 안놀면 언제 노나' 이렇게 말하면서 집에가면 미친듯이 선행학습 시킨답니다. ㅋ
작은학교에선 성적도 중요한 서열싸움 중 하나니까요. 1학년 겨울방학때 구구단을 달달 외우고 있는 아이들이 많답니다. 선행학습의 결과죠.
작은학교에서 왕따는 아주 흔한 일입니다. 다시말해 내 아이가 작은학교에 다닌다면 왕따가 될 확률이 다른 학교보다 높지요. 내 아이가 왕따를 당했다는 가정하에 적어봅니다.(왕따아이 학부모를 A, 반대쪽 학부모를B)
우선 친하게 지내던 다른 학부모들이 등을 돌립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요. 왜냐하면 다 알거든요 피해자가 전학가게 된다는걸요.
A학부모가 학교 시스템의 문제와, 아이들 간의 놀이 방법등 문제점들을 지적합니다.
처음에는 B학무모들이 얘기를 들어주죠. 지적된 문제점에 고개도 끄덕여지고요. 하지만 바꾸기 귀찮죠. 내 아이들은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으니까요. 서열도 잘 정리된거 같고. 학교에서도 법과 규정을 따져가며 난색을 표하구요. A학부모만 발을 동동구르며 뛰어다닙니다. A학부모가 계속 문제 제기를 하니 B쪽 학부모들은 슬슬 짜증이 납니다. 감투쓴 학부모가 총대를 매고 A학부모에게 말합니다. 그래서 전학을 갈거냐 말거냐... 라고.. (요지는 전학 갈거면 빨리 가고, 안갈거면 조용히 지내라는 거죠)
왕따문제는 학교와 선생님들도 전혀 도움이 안됩니다. 학교도 선생님들도 사태 해결엔 의지가 없어요. 방법도 모르고요. 무조건 중립. 학부모들끼리 빨리 해결 보라는거죠.
왕따사건이 일어나면 가해학생 학부모들이 피해학생 학부모에게 사과하는 일은 케바케지만 좀처럼 없다고 합니다. 왕따는 사과할 일이 아니라는거죠. 미안해 하지도 않고요. 왕따 생각도 안하고 작은 학교를 보냈니? 하는 분위기가 기저에 깔려있다고 합니다. 왕따 당하기 전에 미리미리 아이 단도리를 했어야지...하는 분위기...(아이 키워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아이 하는짓은 부모(특히 엄마)와 똑같습니다. 왕따를 주도할 정도의 아이 성향이라면 그 부모도....뭐)
좀 심하게 말하면... 작은학교는 가해자, 동조자, 피해자만 있는 학교라고 할 수 있죠. 아이들이 괴물이 될 수 밖에 없는 곳이죠.
이렇게 작은초등학교에서 높은 서열로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마치고, 기숙형 중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됩니다.
물론 작은학교는 싫다고 거부하는 아이들도 많아요. 중학교는 큰 학교로 가고싶다고... 서열이 낮은 아이들이 대부분 이런 반응을 보인답니다. 하지만 큰학교 가서도 만만치 않지요. 몇몇은 적응하는데 아주 힘들어 한다고 합니다.
작은학교 학부모님들께 왜 작은학교에 보내는지 이유를 물어보면 아이의 인성을 위해서 보낸다는 답이 제일 많다고 합니다. 과연 작은 학교에서 부모님들이 원하는 좋은 인성이 길러질까 의문이네요.
작은학교가 그렇게 좋다면 자식이라면 꿈뻑죽는 우리나라 부모들이 죄다 작은 학교를 보내겠죠.
...그리고 독구기자가 쓴 지혜학교에 대해 이해안가는 부분을 조심스럽게 말씀드려봅니다.
언젠가 왕따사건이 일어났을 때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가 아예 학교를 벗어나 한자리에 모인적이 있었다. 학부모들은 무엇 때문에 모였는지 알고있었지만 (그렇지만 학교측에서는 해당 학생의 이름은 알려주지 않는단다) 아이들은 이유를 몰랐다. 몇날 며칠동안 다 같이 공동체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더불어 사는 삶을 고민했다.
과연 아이들이 몰랐을까요?
초1들도 입학하면 본능적으로 2~3학년들 서열을 알게됩니다. 좀 더 지나면 모든 학년의 높은 서열의 선배들을 알게 되죠.1학년 서열높은 아이들이 2학년 서열 낮은 아이들을 얼마나 무시하는데요. 놀리는건 다반사고 슬쩍슬쩍 건드리기도 합니다. 왕따 학생은 아이들이 본능적으로 알아요. 아이들끼리도 조용히 말이 돌죠, 다른 학년들도 슬슬 그 학생을 멀리하게 되죠.무시하고. 알면서도 모르는척. 침묵의 카르텔...초등학생들도 이정도인데 중고등학생들이 몰랐다니..... 중고등 학생들을 너무 얕집아 보는건 아닌지...
제 경우에는 분명 주도하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가 구분되어 보였습니다.
장단점이 분명 있음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부모 참여 활동이 많다보니 서로에 대한 갈등도 많이 두드러지게 되구요 간부 측에 끼지 못하는 일반 학부모의 의견은 무시되거나 보류되는 경험을 했었습니다.
매실청님 긴 글이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새겨들어야 할 부분도 많은 것 같습니다.
공동육아 혹은 대안교육을 생각하는 학부모들은 막연한 기대와 환상만 갖고 접근하지 마시고
자신의 교육관과 아이의 성향을 잘 살펴서 접근해야 후회가 없을 듯 해요.
저도 많이 고민하고 후회했거든요.
물론 공동육아 혹은 대안교육이 제도권 내에서 해소되지 않는 문제를 포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10개월 다닌 딸아이를 지켜보면서 느낌점입니다.
1. 학교 교육방향, 선생님의 학생 개개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심은 ... 일반학교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습니다.
2. 학생간 갈등은 분명 있습니다. 다만 일반중학교에 비해 적은편이고 해결이 비교적 쉽습니다.
아마도 학부모들이 함께하는 모임이 많기에 가족끼리 서로 알고 지낸다는 점에서 그런거 같습니다.
3. 처음 경험하는 기숙사 생활로 입학후 2달간은 힘들어 했는데, 지금은 집보다 학교 생활을 더 좋아합니다.
4. 비용이 부담이 되다면 인가형 대안학교도 괜찮은 곳이 많습니다.
5. 대안 중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몇년 앞서 소재지 초등학교로 전학오는 학생도 많습니다.
매실청님 이야기는 본인의 경험을 너무 일반화 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이를 보내는 학교는 교사, 부모, 학생이 운영의 주체이지만 역할을 달리합니다.
그 틀 안에서 교사도 부모도 학생도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
부모들에게 휘들리지 않으려면 교사회가 튼튼해야 합니다.
교사회 구성인 서로가 끈끈한지 자신의 성장을 위한 열정과 시스템 되어있는지 살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