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작품은 딴지마켓 '홀작(惚作)' 기자의 일기로 알려져 있는 <취중일기>의 일부를 옮긴 것이다. 야사에 따르면, 그는 술을 좋아하기로 소문이 난 자였는데, 숙취가 심해 소주 두 병 이상을 마신 다음날이면 그가 지하 1층 사무실에서 풍기는 술 냄새가 1층 카페의 커피 냄새마저 삼킬 정도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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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작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해가며 효능 좋은 숙취해소제를 찾아 해맸다. 그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한결 같이 "숙취해소에는 헛개나무가 제일이오!"하며 '헛개나무 OOO' 등의 헛개나무 숙취해소제를 추천했지만 홀작의 숙취는 날로 심해져 갈 뿐이었다. 이를 의아하게 여긴 그는 그제서야 제품 라벨을 확인하였고, '헛개나무 0.0~%'라는 숫자를 보고 통탄하며 "이것은 헛개나무를 걍 담갔다 꺼낸 수준이 아닌가!"라고 외치며 울부짖었다고 한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 김길우 원장이 CBS 팟캐스트 <건강 솔까말>에 출연하여 밝힌 내용

출처-<노컷뉴스>

실의에 빠진 홀작은 어떤 숙취해소제도 말을 듣지 않는 자기 몸을 탓하며 자포자기에 빠졌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그 무렵 딴지일보 지하 깊숙한 곳 벙커1의 화장실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숙취에 빠진 홀작이 내지르는 신음소리가 울려퍼져 지나가는 사람들을 떨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여기가 기자들이 체험하고 검증하지 않은 상품은 들이지 않는다는 그 딴지마켓이오?"하며 어떤 이가 전자서찰을 보내왔다.

이에 홀작이 충혈된 눈으로 술냄새를 풍기며,

"무엇을 팔고 싶어 찾아왔소?"하며 심드렁하게 대답하자,

"여기 좋은 숙취해소제가 있어 보여주러 왔소"하며 물건을 보여주려 했다.

홀작은 그 말을 듣고 기가막혀 '아직도 되먹지도 못한 것을 가지고 혹세무민하려는 자들이 세상에 널렸구나!'하고 탄식했다. 홀작은 이참에 아주 혼을 내야겠다 생각하며 자세히 들여다보니 '고려생활건강(高麗生活健康)'이라는 곳에서 온 자였다. 홀작은 무관심한 표정으로,

"좋소, 그렇지 않아도 내 몸에 듣는 숙취해소제가 없어 고민이었는데 나에게 줘 보시오. 나 말고도 여러 사람에게 시험해보려 하니 넉넉하게 줘야 할 거요."라고 말했다. 어차피 뻔한 물건일 것이니 여러 사람에게 시험을 시켜 단체로 면박을 주려는 것이었다.

"알겠소, 조만간 물건을 보내겠소." 고려생활건강은 짧게 대답하고 홀연히 사라졌다. 며칠 후, 딴지일보 지하 사무실에 상자가 배송되었다. 상자 안에는 '술술풀리고'라 하는 물건이 잔뜩 들어있었다.

한 달 후, 홀작은 세상에 <홀의보감(惚醫寶監)>이라 하는 비법서를 내놓게 되는데...

惚醫寶監(홀의보감) - 숙취해소의 서(書)

본 서(書)는 내가 '술술풀리고'를 검증하면서 남기는 기록이자, 해설서이다.

-어느날 고려생활건강(高麗生活健康)에서 왔다 하는 자가 나타나 숙취해소제 '술술풀리고'을 내놓았으나 그 효능을 믿지 않았다.

-검증을 위해 검증단 몇 명과 수뇌부들에게 제품을 나누어 주었다.

-마켓 수뇌부 '댓글 정직원 지우'가 효능을 극찬하며 '이것만 있으면 소주 세 병도 두렵지 않다'고 말하였으나 아직 내가 효과를 확인하지 못하였으므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팟캐스트 방송 회식 자리가 있어 음주 전 '술술풀리고' 한 포를 먹었다. 술자리가 계속되어도 어찌된 일인지 정신이 계속 멀쩡하여 새벽 네 시까지 폭음을 하였더니, 다음날 예전과 같은 숙취가 찾아와 심히 고생하였다.

-다시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다음 술자리에서 음주 전 한 포를 복용하고 소주 한 병 반을 마신 뒤 귀가하였다. 다음날 숙취가 전혀 없이 개운하였으나 그것이 효능 때문인지, 술을 덜 마셔서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며칠 뒤, 검증단 중 한 명에게서 후기를 받아보았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내가 직접 효능을 확인하지 않고는 여전히 신뢰할 수 없어 검증을 중단하지 않았다.

-충청 지방에 검증 취재가 있어 촬영 요원 한 명과 함께 천안에 숙소를 잡고 술을 마셨다. 음주 전 한 포를 복용하고 소주 한 병 반을 마신 뒤, 2차로 독한 칵테일 넉 잔을 마셨다. 숙소로 돌아가기전 포장마차에 3차를 가서 한 포를 더 복용하고 소주 한 병을 나누어 마시고는 새벽 두 시에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 놀랍게도 전혀 숙취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술 냄새는 물론 속쓰림, 두통이 하나도 없었고, 장거리 운전을 하였는데도 피곤함이 없었다.

-신묘한 효과를 보니, 궁금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술술풀리고'를 개발한 제조사 '바이오센스'의 수장을 직접 찾아가 설명을 요구하였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술술풀리고는 천연유래성분을 배합하여 얻어낸 화인피토 분말을 주원료로 하는데, 이미 특허를 얻어낸 성분이다.

화인피토의 주원료는 감귤과피, 복분자, 울금, 산수유, 기타 생약 성분으로 간과 신장을 보하고 몸의 전체적인 기혈 순환을 촉진한다.

부재료로 감, 진피, 구기자, 메밀, 양파, 쑥, 미나리, 콩나물, 칡 등 숙취해소에 저마다 도움이 되는 작용을 하는 것들을 넣어 효능을 강화하였다

마지막으로 자일리톨을 넣어 쓴맛을 억제하고 단맛을 더해 복용하기 편하게 만들었다.

-신묘한 효능을 재차, 삼차 검증한 뒤, 나는 <홀의보감(惚醫寶監)>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이것을 알리고, 보다 효과적인 복용법과 주의사항을 깨우치고자 마음 먹었다. 복용법 및 주의사항은 아래와 같다.

1. 음주 전 복용하면 음주 시 취기가 덜 올라와 비교적 말짱한 정신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니 회식 자리나 술실수가 없어야 하는 술자리에 이롭다. 

2. 음주량이 많아질 경우, 음주 전 한 포를 복용하고 2차나 3차 자리로 옮기기 전 한 포를 더 복용하면 더 나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3. 음주 전 한 포만 복용하였는데 음주량이 좀 많았다 생각될 경우, 집에 돌아와 자기 전 한 포를 더 복용하면 좋다.

4. 그러나 너무 과도한 음주에는 백약이 무소용이다. 술 마셔도 덜 취한다해서 밤새도록 폭음할 경우 뒷일은 책임지지 못한다.

5. 모든 이들에게 같은 효과를 내는 약은 세상에 없다. 복용을 하여도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한 사람은 너무 과도하게 술을 마시지 않았나 한 번 고민해보고, 그렇지 않다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보라.

-본 서(書)를 마치면서,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주당들에게 당부한다. 지나친 음주가 건강에 해롭다는 건 개나 소나 말과 양도 다 아는 사실이다. 음주의 목적을 절대 '만취'에 두지 말 것을 당부한다. 아무리 마셔도 숙취가 없는 숙취해소제는 세상에 없다. 다만 같은 양을 마셔도 숙취를 덜하게 하는 숙취해소제를 찾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하여, 딴지마켓을 이용하는 주당들의 보다 깔끔한 술자리와 다음날을 위해 '술술풀리고'를 은하계 최저가로 보급하고자 하나니, 다들 명랑발기한 음주생활을 영위할 지니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