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기, 토낍

프랑스 대표 음식을 꼽으란 말은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그만큼 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많기 때문인데, 그 많은 음식 중 소개할 것은 바로 “라따뚜이”다.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명은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거다. 한국에도 프로방스 지역을 모티브로 한 테마 타운이 있을 정도로 파리 다음으로 유명한 곳이다. 

붉은 부분이 프로방스다.

설명을 덧붙이자면, 프로방스는 은퇴한 프랑스인이 가장 정착하고 싶은 지역으로 꼽힌다. 엑상-프로방스라는 작은 도시가 있는데, 여행하기에도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본인도 프로방스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작은 도시에 걸맞지 않은 축제가 밤마다 벌어지고 식당 앞에서는 음악과 춤이 어우러지는 곳이다. 

물의 도시 엑상-프로방스

음식 또한 맛있었는데, 넓은 초원에서 나오는 신선한 작물, 니스를 비롯해 바다가 인접한 곳이라 풍부한 해산물로 파리와는 또 다른 맛을 보여주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파리 음식보다는 프로방스, 니스 지역 음식이 잘 맞았다.

프랑스인이 느끼는 프로방스 음식

프로방스 하면 떠오르는 라벤더 밭

프로방스 음식이라고 하면 프랑스인은 소박함, 서정적, 건강하면서 아름다운, 정통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신선한 식재료가 많기 때문에 본연의 맛에 집중하는 요리법이 널리 쓰이는 곳이 바로 프로방스 지역이다.

프로방스의 니스에서 시작된 음식이라고 한다.

라따뚜이는 프로방스 지역 중 해변이 아름다운 니스 지역에서 나온 음식이다.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는데, 18세기(?)부터 시작됐다는 게 정설이다. 유럽은 아시다시피 국경이 오락가락하면서 한 지역이 여러 곳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프로방스도 현재는 프랑스의 지역이나 그 이전엔 로마제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곳 중 하나다.

주로 밭작물, 그러니깐 채소와 향신료가 발달해 라따뚜이같이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100년 넘은 브랜드, 꺄스그랑(Cassegrain) 

1856년 프랑스 낭트(Nantes)에서 꺄스그랑(Cassegrain)이 창업했다. 에펠탑이 등장한 것으로 유명한 만국 박람회에서 인기를 끌게 되면서 사업을 확장하게 됐다. 주력 상품은 채소와 생선 통조림 같은 보존 식품이었는데, 2차 세계 대전 이후 제품의 질을 끌어 올리는 방향으로 직진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 노력으로 인해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프랑스에선 캔 음식을 높게 치지 않지만, 꺄스그랑(Cassegrain)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여담으로 꺄스그랑은 선글라스 쓴 토끼가 의외로 인지도가 높은데, 토끼는 70년에 선글라스는 80년대부터 썼다고 한다. 

꺄스그랑 라따뚜이(cassegrain ratatouille)

라따뚜이는 생각보다 번잡한 채소 요리다. 꼭 들어가야 하는 토마토, 양파, 호박, 가지, 피망, 마늘과 올리브 오일도 들어가야 한다. 다 때려 넣고 끓이는 것이 아닌, 각각의 채소를 다듬고 정리한 다음 지지고 볶아준 후 합쳐서 끓이는 굉장히 많은 준비가 필요한 요리다.

그렇다보니 모든 프랑스인이 라따뚜이를 먹지만, 연령에 따라 먹는 빈도가 달라진다. 대게 나이가 젊을수록 빈도가 줄어들고 집에서 직접 요리하는 것보다는 외식을 할 때 사이드로 나오는 라따뚜이를 먹거나 집에서 통조림 라따뚜이를 먹는다. 

그중에서도 꺄스그랑 라따뚜이는 선호도가 높다. 높은 이유는 브랜드 선호도도 있겠지만, 극히 단순하게도 맛이 좋아서다. 프랑스산 라따뚜이를 몇 번 먹어본 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통조림 제품 중에서는 제일 맛이 깊고 좋았다.

사진으로 봐도 알 수 있듯이 채소가 큼직큼직 썰려 있다. 씹는 맛이 어느 정도 보장이 된다. 차가운 상태에서 그냥 먹어도 좋고 빵에 곁들여 먹어도 좋다.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것이 꺄스그랑 라따뚜이의 장점이다.

라따뚜이, 다양하게 먹어보자.

면 요리를 참 좋아하기 때문에 라따뚜이를 보자마자 생각난 레시피가 있다. 바로 라따뚜이 파스타인데, 다른 거 없이 파스타 면에 라따뚜이를 넣어 살짝 가열한 뒤 올리브 오일을 조금 추가해 먹는 방법이다.

생각보다 면을 너무 많이 삶았지만, 라따뚜이 맛이 죽지 않았다.

맛을 보니 일반 토마토 파스타 소스보다 더 감칠맛이 살아난다고 할까? 게다가 건더기도 풍부해서 식감도 좋았다. 물론 신선한 채소를 씹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통조림이란 걸 생각했을 때 좋은 식감이라 할 수 있다.

라따뚜이 파스타를 먹다가 문득 스친 음식이 생각났다. 한국인의 소울 푸드라고 할 수 있는 라면이었다. 라따뚜이가 토마토 베이스라 라면에 넣어 먹으면 토마토 라면이 되지 않을까 해서다.

보라! 라면이 풍성해진다.

라따뚜이 파스타를 하고 남은 라따뚜이를 컵라면에 때려 넣어보기로 했다. 레시피는 따로 없고 라따뚜이가 차가우니 아주 뜨거운 물을 붓고 면을 조금 익힌 다음 라따뚜이를 투하했다. 

아아 이것이 라따뚜이 라면인가!

맛을 보니 감칠맛이 확 올라와 놀랐다. 기존에 라면에 토마토를 넣어 먹어봤던 것보다 더 진한 맛이 올라왔다. 이상하게 개운하면서 해장 라면 같이 시원해 다음날 생각나는 맛이 되었다.

물론 라따뚜이 가격이 아주 싼 편이 아니기 때문에 자주 해먹을 수는 없겠지만, 라면에 전복도 넣어 먹는 세상에서 이정도는 해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

변화무쌍 꺄스그랑 라따뚜이

육류를 즐기는 사람도 프랑스에선 라따뚜이를 사이드로 먹을 만큼 자주, 많이 먹는 편이다. 고기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맛이 좋아 정신 놓으면 순삭시킬만큼 입안에 감긴다.

게다가 꺄스그랑은 프랑스인 사이에서도 인정해주는 통조림 회사고 전통 라따뚜이 맛을 내주는 덕에 인지도도 높은 편.

변주도 다양해 라따뚜이 그대로 먹어도 좋고 자신의 취향에 맞게 추가하거나 곁들이거나 해서 먹으면 되는 편의성도 있다. 본인처럼 면을 좋아하는 사람은 면을 추가해 먹어도 좋다. 밥에 곁들여 먹는 사람도 있고 빵에 발라서 먹는 사람도 있으니 본인 선택대로 변형해 드시길 추천한다. 

한국인 입맛에는 덜 자극적이기는 하나 호불호 없이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니 한 번쯤 드셔 보시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