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단체 여행객 종착역에 잘 도착했습니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습니다.
택배 상자를 받는데, "귀엽고 이쁜 달걀들 단체 여행중~"이라는 귀엽고 이쁜 문구가 눈에 띕니다. 나도 모르게 씩 하니 입가에 웃음이 돕니다. 말 한 마디, 표현 하나가 참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구나 새삼 느낍니다.
깔끔하고 견고해 보이는 (겹)포장을 하나하나 열어 내용물을 확인하노라니 어떤 간절함과 정성스러움이 오롯이 전해집니다. 얼핏 택배 물품으로는 적당치 않아 보이는 여리디 여린 녀석들을 원근 각지로 보내려니 그간 얼마나 염려와 걱정이 많았을까. 또 그 방법을 두고 몇 날 며칠을 이런저런 궁리로 머리를 싸맸을까, 하는 데 생각이 미치자 내 돈 내고 사 먹는 일이지만 참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날계란 먹어본 지가 이십여 년이 훌쩍 넘어갑니다. 실상 어떤 형태로든 한 개라도 안 먹은 날이 손에 꼽을 정도일 텐데 정작 날계란은 먹어 볼 엄두도 못 낸 채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젠 날계란을 안 먹는 것이 되려 상식처럼 굳어진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깔끔하기 짝이 없는 녀석들의 면면을 훑어보면서 불현듯 옛날, 그때 그 시절의 날계란이 생각났습니다. 포장을 뜯고 냉장고 정리를 끝낸 다음 제일 먼저 한 일은.. 손에 잡히는 유리잔에 '깔끔이' 두 개를 깨어 넣고, 참기름 두 방울. 그리고 가볍게 살짝 저은 다음 혀에 감기는 그 부드러움과 고소함을 서서히 목젓에게 양보하는 일. 어쩜 이럴 수가 있을까요? 혹시나 했던 비린내 따위는 전혀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오로지 부드럽고, 고소한 맛만 있었을 뿐. 그리고 남는 것은 기분 좋은 깔끔함. 신선하다는 더 이상의 증거가 필요할까요?
주말 오전부터 컴퓨터를 켤 생각은 없었는데, 택배 받고 느므느므 기분이 상쾌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어 서둘러 후기를 적습니다. 옛날처럼 날계란에 간장 넣고 비벼도 먹어볼 생각인데 벌써부터 입맛을 다시게 되..면 안 되고 얼렁 컴터 끄고 움직여야겠습니다. 후기 쓰다 약속에 늦겠네요.. 만만치 않은 상황들이 도사리고 있겠지만, 부디 초심을 잃지 않으시길 바라며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내내 번창하시길 바랍니다.
기도도 합니다. 이 세상 택배 기사님들의 손길에 두툼한 스펀지와 무진동 발걸음을 내려주십사...
참으로 고맙습니다. 농장 식구들 다 돌려 읽고 마음이 푸근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