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마켓 퍼그맨
품종은 원산지를 가린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너도 나도 슈퍼푸드라고 하는 시대, 생소하던 작물을 들여와 국내 재배를 시도하는 사업자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실패한다.
어쩌다 재배에 성공하는 경우도 운 좋게 우리 풍토와 맞거나 품종 개량이 되거나 하는 경우가 아니면 원산지의 풍미나 질에 미치지 못하는, 소위 다운그레이드된 결과물을 얻을 뿐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우리는 식재료를 소비할 때 원산지를 중요하게 본다.
위 이미지는 커피를 재배할 수 있는 지역을 나타낸 커피벨트.
커피의 경우 품종과 원산지가 곧 브랜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생산 여건이 안 되는 곳도 있더라
그런데 세상에는 품종이 좋더라도 가공 기술의 후진성 때문에 질이 떨어진 상품으로 팔릴 수밖에 없는 작물도 존재한다. 이런 곳에 가서 생산법을 교육하고 좋은 품종을 좋은 상품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한다면?
그래서 헤세드글로벌은 좋은 팜슈가가 있는 캄보디아를 찾았고 이곳의 지역 개발을 꿈꾸게 된다.
캄보디아 농산물의 끝은 후추닷!
그런데 캄보디아는 예로부터 팜슈가보다 더 강한 아우라를 뿜뿜하는 농산물이 있었으니, 바로 후추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부터 '아니, 여기서 나는 후추 졸라 좋잖아'라는 말이 돌아서 지금은 캄보디아 여행자들에게 기념품 1순위가 되었다고. 팜슈가랑 건망고, 건파인애플 취재를 갔을 때도 캄보디아 곳곳에서 넘치는 자신감으로 곳곳에 진열된 후추들을 보고 맛볼 수 있었다.
프놈펜에서 먹은 캄보디아식 스테이크 요리 록락,
고기에 끼얹은 소스 외에도 후추 소스가 함께 제공되었다.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만큼 새로운 얼굴이 진입하긴 어려웠던 모양이다. 팜슈가나 건과일도 한국의 기준을 만족시키며 생산하도록 설득하고 교육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하지 않았나. '내가 제일 잘 나가는' 후추 농가를 설득하는 어려움은 더 했으면 더 했지 못하진 않았을 거다.
거기다 후추는 특성상 초기 투자 비용이 높다 한다. 심은지 2년 지나야 1줄기에 1Kg이 나는 정도로 시간을 적지 않게 들여야 하는 데다 기후에 민감해 생산량이 들쭉날쭉하는 경우도 많다니 말이다.
헤세드에서 보내준 현지 농장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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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딴지마켓 첫 입점 후 꽤 시간이 지나서야 헤세드의 후추 샘플을 받을 수 있었다.
아직 한 발 남았다
아주 반응이 좋았다. 헤세드 후추를 드셔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강한 후추 향에 비해 톡쏘는 감은 덜하지만 은은하게 맛이 올라오는 고급스러운 식감을 가졌다. 후추
그런데 아직 더 좋은 후추를 맛볼 여지가 남아있을 줄은.
캄보디아에는 캄폿이란 주가 있다. 캄보디아 정부의 캄폿 후추에 대한 애정도 남다른데 정부가 직접 한 인증은 물론 캄폿후추협회라는 것을 통해 관리 감독을 하고 있다. 여기에 유럽연합까지 GI(지리적 표시제) 보호마크를 붙여줬다고. 쉽게 말해 캄폿에서 자라는 후추가 품질 좋다는 것을 EU에서도 인정했다는 것. 그래서 캄폿에서 생산된 후추에 마크를 붙여가며 구분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라 플렌테이션'은 캄폿 후추를 생산하는 대표적인 농장 중 하나다. 각종 미슐랭 쉐프들이 여기 후추를 즐겨 사용하다보니 농장 안에 직접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관광객들을 위한 견학 프로그램까지 돌리고 있는 농장이다. 그럴 만한 것이 화학비료, 농약 없이 100% 유기농으로 생산되고 있단다.
헤세드 글로벌이 새로 보내온 후추가 바로 이 농장의 것이다. 이미 좋은 후추를 팔고 있음에도 최상의 후추 농장과 계약을 추진해온 것이다.
블랙, 레드, 화이트 무려 3종류
후추라면 검은 색의 후추가 가장 대중적이다.
이게 블랙 페퍼다.
그런데 레드 페퍼랑 화이트 페퍼는 무엇일까?
후추 열매 사진을 보다 보면 초록색 열매 사이에 빨간색 열매들이 섞여있는 것을 보실 수 있다.
녹색의 열매는 아직 덜 익은 것이고 적색의 열매는 완전히 익은 것이다. 이 녹색 열매 수확 과정에서 익은 것들만 골라내거나 혹은 완전히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 수확해 말린 것이 레드 페퍼다.
화이트 페퍼는 붉게 익은 열매를 물에 불려 껍질을 벗긴 다음 말린 것이다.
이 설명만 들어도 감이 오실 텐데 아무래도 적후추와 백후추는 상대적으로 적게 생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색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블랙 페퍼 < 레드 페퍼 < 화이트 페퍼 순으로 비싸지는 것이다.
비싸다고 해서 더 톡 쏘는 맛이 더 강한 것은 아니다. 레드 페퍼는 완전히 익은 열매로 만들기 때문에 살짝 단맛이 있고 익히 아는 후추와 다른 풍미를 가진다고 한다.
화이트 페퍼 또한 블랙 페퍼보다 덜 맵고 부드러운 맛이 난다고.
직접 먹어보았다
미각이 엄청 예민한 사람은 아니라서 블랙 페퍼와 레드 페퍼, 화이트 페퍼의 맛을 구분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그렇지만 로즈마리, 오레가노 등 뿌리는 허브에 따라 달라지는 스테이크의 향을 즐겨본 경험을 믿고 생후추를 씹어보았다.
블랙 페퍼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후추의 맛을 정제해서 농축해놓은 것 같은 더 깔끔하면서도 깊은 향과 맛이 느껴진다. 시도해보진 않았지만 이 캄폿 블랙 페퍼를 드신 후, 시중의 저가 후추를 드시면 역체감이 상당할 것 같다.
물론, 이미 집에 구비해둔 후추가 헤세드 통후추처럼 충분히 훌륭한 제품이라면 큰 차이를 체감하기 힘드실 수도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헤세드 통후추는 흑후추+적후추가 조합된 제품이었기에 순수한 블랙 페퍼의 맛의 차이를 따질 적절한 비교군은 아니다. 거기다 같은 캄보디아 산이라도 생산 지역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순수한 흑후추 맛의 최상을 경험하고 싶으시다면 이 캄폿 블랙 페퍼를 드셔보시는 것이 좋겠다.
레드 페퍼는 다 익은 열매만을 말린 제품 답게 정말로 과일 향이 난다. 그럼에도 캄폿 후추 특유의 강렬한 맛은 여전히 존재감 뿜뿜이다. 저가 후추보다는 알싸한 맛이 강할 것 같다. 후추 특유의 화한 맛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색다른 향을 내고 싶다면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화이트 페퍼는 가장 은은한 향에 알싸한 맛도 흑후추, 적후추보다 늦게 올라온다는 느낌이다.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거나 숨김맛을 넣어 요리하길 좋아하는 분들에게 딱일 것 같다.
오래 두고 먹는 후추라서
가정마다 후추를 소비하는 정도는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싱겁거나 은은한 맛을 좋아하기 때문에 소금, 후추 등의 조미료는 한 번 사면 오랫동안 쓰게 되는 편이다. 그러다 생긴 소비 습관이 조미료를 굳이 저가의 제품으로 고르지 않는 것이다.
1년 두고 먹을 제품에 몇 천 원 쯤 더 쓴다 해도 신용 카드 혜택이나 편의점 프로모션 잘 이용하면 메꿔지는 수준 아닌가. 거기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좋은 품질의 조미료가 오래 둬도 맛이나 향이 유지되는 것 같아서다.
특히나 캄폿 후추처럼 최고로 인정받는 후추를 구매할 수 있다는데, 몇 천 원 차이로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후추를 1년에 몇 통씩 소비하는 분들이 아니라면 더더욱 좋은 품질의 제품을 두고 써보시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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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추에 한번 빠지면 계란후라이 계란찜, 고기는 당연, 된장등등등등 끝이 없이 빠져들죠^^
후추 상품이 추가 새로운 상품들도 등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마 새로운 상품은 기대하시면 충분한 즐거움으로 보답 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