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마켓 락기
본인은 박순찬 화백의 정치 풍자 만평을 볼 때마다 뒷목이 서늘해 진다. 박순찬 화백의 안전이 걱정돼서다.
혹시 무림의 은밀한 책사마냥 몰래 그림을 그리고 파일로 만든 후, 추적을 피하기 위해 여러 동네 PC방에서 기습적으로 업도르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만큼 날카로운 풍자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그린다.
다행히 본인의 우려와는 반대로 박순찬 화백은 작업실에서 만화를 그린다고 한다. 그리고 위협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아아, 본인이 미처 알지 못했다. 이것은 풍자이자 통렬한 패러디이므로 이해할 여유과 함게 수준이 있어야 함을 말이다. 알아야 위협하지 이해하지 못한하면 “이게 뭐지? 재밌다?”할 수도 있어 무사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절대 특정한 누군가를 비하하려는 건 아니다. 오해하지 말아 달라.)
반론도 존재한다. 현실 정치가 너무 웃기고 재미있어 박순찬 화백의 풍자가 힘을 잃은 게 아니냐는 의견.
반론에 반론을 하자면, 읽어보시면 내공이 쌓여 절정 고수 반열에 오른 화백의 풍자력이 결단코 가볍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다고 보증한다. 아, 미안, 보증은 죽어서도 서지 말라고 하였으니 열라 재밌다라고 바꿔 말하겠다.
그럼, 이제 얼마나 재미있는지 박순찬 화백 유니버스로 가보자.
박순찬 화백의 신작! 용산대형!
제목을 보자마자 마음속으로 “아뵤~”를 외치며 머릿속으로 특유의 스텝을 밟고 계신 분이 있다면, 용산대형도 놓치지 말고 사보시라고 권하겠다. 여지없이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다.
1부 처음은 마치 옛날에 보던 중국 영화와 같은 전통 무협. 요새 흔하디흔한 판타지 무협이 아닌 말 그대로 전.통.무.협의 정취를 느낄 수 있을 거다.
주인공인 용산대형은 용산에 살고 있는 대형이다. 책의 주인공이나 정의롭지도 협(俠)을 행하지도 않는다. 오로지 주변 소수의 인물을 위해 움직이며, 적이라 여겨지면, 그게 정파의 후기지수라도 무자비하게 제압하려 한다. 물론 제압이 잘되지는 않지만 말이다.
마치 책의 주인공은 용산대형이나 진정한 협행(協行)의 주인공은 읽는 독자인 당신이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그만큼 용산대형은 매력적이지 않다. 웃기긴 하지만.
전통 무협 이외에 다른 정취도 느낄 수 있다. 용산대형을 미혹한 이, 어, 그러니까 아무튼 그분을 위해서 용산대형이 활발히 움직이는 부분에서다. 자신의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의(義)를 저버리고 칼을 들어 여인을 위협하는 상대에 맞서 싸우는 모습. 이건 또 사무라이 영화의 정취가 담겨있다. 사무라이, 일본, 윽! 갑자기 머리가 아파오지만 아무튼 그렇다.
주변 인물의 묘사도 아주 훌륭하다. 일국깐죽권의 고수로 나오는 용산대형의 오른팔이자 지금은 오른손 엄지손톱의 가시 정도가 되는 인물도 나오며, 기자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경공을 이용해 계단 밑으로 뛰어 내려가는 몰락한 안 씨 세가의 고수도 나온다.
또한 자신의 수하가 부족하기에 검을 쓰는 찰들이었던 이들을 꽂아 넣기 전, 땜빵 용도로 전대 마교(Magyo)의 비호(Biho) 세력, 줄여 MB맨들을 들이는 것도 묘사한다.
혼탁하고 혼탁한, 어쩌면 혼탁하기에 명쾌한 장도리 연속극 1부가 이렇게 끝난다.
이어서 2부에는 장도리 만평이 이어집니다.
2부 장도리 만평은 박순찬 화백이 보는 사건 사고들을 만평과 글로 기록한 하나의 아카이브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만평만 보고 단박에 사건을 떠올릴 사람은 적기 때문에(사건 사고는 지금도 터지고 있으니) 친절하게 만평과 함께 해당 사건에 대한 간략한 글이 적혀있다.
좋은 점은 글과 만평을 함께 보면 그때 그 사건이 바로 떠오른다는 것이고, 단점이라면, 잊어도 될 그때의 분노가 다시 차오른다는 것이다.
아카이브는 2023년 1월 31일부터 같은 해 10월 13일까지의 기록이다. 읽다 보면 옛날 고릿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라 느껴지지만, 불과 1년 전부터의 기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뒷목이 뻐근해지는 경험도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우리 용산대형이 무슨 잘못을 했는데!” 하는 사람들에게 지난한 설전 대신 책 한 권으로 끝낼 수 있는 용도로도 활용 가능하다.
당신은 지금 용산대형이 필요 없다. 아니, 만평 용산대형은 필요하다.
도서를 알리기 위해 소제목을 짓다가 삐끗하였으나 진짜 대형인 분들이 너그러이 용서해 주실 거라는 걸 안다.
박순찬의 '용산대형'은 그런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만평을 즐길 줄 아는 이들에게 매우 추천하는 책이다. 전통 무협의 정취, 일본 사무라이 영화의 정취, 아카이브로의 활용 등등 매우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용산에 사는 대형은 필요 없지만, 도서 용산대형은 충분히 원해도 되지 않을까 한다.
당신께 추천하는 2024년 도서.
박순찬 화백의 용산대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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