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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에서 온 포도

작년 10월쯤이었다. 입점 문의 게시판을 탐색하던 중, 문득 눈길을 사로잡는 글 하나를 발견했다. 서울에서 충북 옥천으로 귀농해 포도 농사를 짓는 여성 농부, 그녀는 땅을 살리고 생명을 지키는 먹거리를 직접 생산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짧은 글이었지만 왠지 그 안에 담긴 진심이 크게 와닿았다. 그날, '내년 포도 수확철이 되면, 꼭 맛보자' 고 다짐했다.

올해 봄이 지나고 여름이 무르익을 무렵, 막 수확한 포도 샘플을 받아 사무실에서 시식한 후 입점을 결정했다. 그리고 포도 농장을 직접 보기 위해 옥천으로 향했다.

숨 쉬는 땅에서 자라는, 유기농 포도

경부 고속도로를 한참 달려 도착한 '에코 포도'. 충북 옥천의 맑은 공기와 산바람이 스치는 그곳에서 신민서 농부를 만났다. 막 포도 수확철이 시작된 터라 농장은 분주한 움직임으로 가득했다.

2,600평 규모의 농장을 혼자 돌보고 있다고 했다.

힘들지 않냐고 물으니 이 농장에서 일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신민서 농부는 한살림 활동가로 10년을 지내면서 밥상 살림, 농업 살림, 생명 살림이라는 철학을 직접 실천하고자 5년 전 귀농을 결심했다. 이곳의 포도는 농부의 철학 그대로, 유기순환농법으로 자란다. 농약도, 화학비료도, 제초제도, 생장조절제도 없다.

포도 나무는 햇볕과 바람이 통과할 수 있도록 서로 간격을 충분히 두고 심는다.

땅이 스스로 숨을 쉬도록 비닐 멀칭도 하지 않는다. 대신 흙 속에 고초균 같은 미생물을 넣어 토양이 스스로 비옥해지도록 돕는다.

그래서 군데군데 흰 곰팡이처럼 보이는 땅이 있는데, 마치 땅이 살아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자란 포도는 껍질째 먹을 수 있고 대신에 씨가 있다.

유기농산물 인증,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까지 받았다.

풍부한 맛과 향의 흑바라드

에코 포도 농장의 대표 품종인 흑바라드. 

수확량이 적고 재배가 까다로워 시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품종은 아니다. 극조생종으로 7월 말부터 약 한 달 정도 맛볼 수 있는 귀한 과일이다. 당도는 약 16~22브릭스 정도로 달콤한 꿀 향이 나고 산미와 균형을 잘 이룬다.

유기농이라 흐르는 물에만 가볍게 씻어 껍질째 먹을 수 있다. 씨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떫은맛이 이 포도를 더 포도답게 만들어준다. 샤인머스캣과 루비씨들리스 품종은 8월 말부터 판매가 시작된다.

지속 가능한 농업 실천

포도 농사는 1월 가지치기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한 달 남짓 맛보기 위해, 농장은 사계절 내내 쉼이 없다. 땅을 살피고, 날씨를 읽고, 나무를 돌본다. 에코 포도는 단지 한 달 짜리 계절 과일이 아닌, 지구를 살리는 농업을 향한 한 사람의 실천이자 시작이다. 딱 지금만 맛볼 수 있는 포도의 맛을 한번 경험해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