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부리
딴지마켓은 대체로 '가성비'를 최고의 미덕으로 친다.
직원들 대부분이 가난한 수컷들이기 때문에 특히 그러하다.
물론 '가성비'를 가난한 수컷들만이 추구하는 덕목이라 말할 수는 없다.
가난하지 않아도 가성비를 추구할 수 있고
수컷이 아니어도 얼마든 가성비를 추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난함'과 '수컷'이 셋트로 합쳐져 하나가 될 경우엔 얘기가 다르다.
이 때 '가성비'는 어떤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므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연의 문제이므로.
그런 이유로, 옻칠 제품의 입점 여부를 두고 마켓 회의가 열렸을 때
마켓 배심원단은 거의 국민 대화합의 장관을 연출했다.
"아니 이걸 왜 사?"
"베스킨라빈스 숟가락이 집에 넘치는데?"
"숟가락이 꼭 있어야 하나? 없으면 손으로 먹으면 되지."
“음식에 돈을 써야지 왜 밥그릇에 돈을 써. 미쳤어?"
대충 그렇게 중론이 모여지며 회의가 쫑나려던 찰나,
최근 딴지마켓에 입사한 미모의 여직원 한 분께서 조심스럽게 입을 여셨다.
"근데... 이쁘지 않아요...?"
잠시 정적이 흐른 후, 가난한 수컷들도 하나 둘씩 주둥이를 열기 시작했다.
“그러네. 자세히 보니 그냥 숟가락과는 차원이 다르네. 이건 뭐랄까... 이쁘네.”
“맞아. 얼마 전 뉴스에서 핵잠수함과 스텔스기에 옻칠을 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어!”
“그러고 보니 이 제품은 다른 옻칠 제품에 비해 색이 다른데? 훨씬 딥하고 하드한 느낌?”
전라북도 군산에 위치한 제조업체 ‘공방 얼’의 취재는 이렇게 시작된 것이었던 것이었다.
1. 차별점
공방 얼의 옻칠 제품의 색상이 타제품에 비해 deep하면서도 hard하게 느껴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원래 옻 색깔이 그래서? 원목의 색상이 어두워서?
아니다.
겁나 여러 번 반복해서 칠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일반 옻칠 제품에 비해 딱 두 배.
그러니까 일반 제품의 경우 4~5회를 칠하는 게 다지만 공방 얼의 제품은 최소 8~10회를 반복 칠한다.
이유는? 그래야 전통방식의 옻칠 공예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위의 사진은 아예 칠하지 않는 백골 제품과의 비교 사진이다.
백골이란 용어는 공방 얼의 대표님이 사용한 언어다.
다소 과격한 표현이지만 옻칠 전후의 느낌을 표현함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직관적이라 하겠다.
위의 사진은 단계별로 비교한 것.
좌측 두 개의 제품은 백골,
가운데 공기는 시중에서 4~5회 옻칠로 마감한 제품,
우측 두 개의 제품이 공방 얼에서 판매하는 제품이다.
그러니까 ‘옻칠 => 홈 메우기 => 사포질 => 세척’의 4단계의 수작업을 8~10회 이상 반복한 제품인 것이다.
나무 제품이 흡사 도자기 제품으로 바뀌는 듯한 과정에서
정상인이라면 근데 이쁘지 않냐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잠깐.
일반 공정의 두 배에 해당하는 반복 작업을 거쳐 저런 색감이 나오니
그만큼 시중의 옻칠 제품에 비해 당연히 비쌀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 얘기는 좀 나중에.
2. 옻의 효능
공방 얼 대표에게 남들보다 반복 작업을 더해 굳이 전통 방식의 옻칠 공예를 완성하려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대표님의 답변은 심플했다.
그래야 옻칠 제품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으니까.
① 옻칠의 내마모성
제대로 된 옻칠 제품인지 아닌지를 판별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불로 그을려보는 것이다.
액이 흐르거나 나무에 불이 붙어 캠프파이어가 이뤄질 경우 그것은 유사 옻칠을 한 가짜 제품이라는 것.
제대로 옻칠한 제품은 200도 이상의 열도 버티기 때문에 끄떡없다.
최근에 옻과 유사한 색을 내는 ‘카슈’를 사용한 가짜 제품이 많이 유통되는데
카슈는 인체에 유해하기 때문에 특히 유의를 요한다.
비양심적 업체에서 카슈를 쓰는 이유는 물론 간단하다.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그밖에 끓는 물에 넣었을 때 페인트 냄새가 날 경우 역시 가짜다.
전통 공예방식의 옻칠에는 절대 화학제품이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옻이 아닌 다른 물질로 칠하면 신나나 화학제품 등을 넣어야 하므로
불에 타기도 하고 끓는 물에 넣으면 페인트 냄새가 나는 것이다.
② 옻칠의 항균력
옻칠의 항균력은 이미 유명하다.
그래서 옛날 돈 많은 귀족들은 옻칠을 한 각종 가재도구를 사용했던 거다.
왜냐면 좀벌레가 살 수 없기 때문에.
벌레가 살 수 없으므로 탈취 효과도 덩달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람의 손과 입에 가장 많이 접촉할 수밖에 없는 수저나 젓가락, 그릇 등에도 옻칠을 해 항균력을 키우는 건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할 것이다.
아래는 이미 유명하지만 믿기 귀찮은 소비자들을 위해 캡쳐한 옻칠의 항균력 관련 국내 학술자료의 목록들이다.
3. 그밖에
공방 얼의 대표는 최첨단의 장비라 할 수 있는 스텔스나 핵잠수함 표면에도 옻칠을 한다고 했다.
적의 전자파를 차단함으로써 적의 레이더 망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흠...
그렇단다.
그거랑 숟가락이랑 뭔 상관일까 싶었지만.
필리버스터에도 불구하고 테러방지법이 통과됨으로써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받을 위험에 노출된 대한민국의 현실을 고려할 때
레이더 망을 피할 수도 있는 숟가락이나 밥그릇은 분명 소장 가치가 있다 할 것이다.
게다가 스텔스기도 옻칠을 했기 때문에 이쁜 게 분명하다.
그밖에 옻 특유의 항균력은 음식물 보관에도 탁월한 효능을 발휘해
옻그릇에 음식을 담아두면 며칠 동안 변질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전기밥솥으로 갓 지은 밥을 옻그릇에 담은 후
상온에서 과연 얼마 동안 변질되지 않는가를 검증하기로 했다.
그러자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이걸 검증한다는 건 정말 놀라운 헛짓거리라는 깨달음의 결과 말이다.
밥은 전기밥솥에 보관하면 될 일이고,
반찬은 냉장고에 보관하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옻그릇이 아무리 음식물 보관 효과가 뛰어나다 하더라도
멀쩡히 서있는 밥솥과 냉장고를 굳이 쓰지 않는 바보짓은 필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복의 보온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굳이 한겨울에 내복만 입고 거리를 활보할 필요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옻그릇이 이쁘다는 것에는 정규교육을 마친 지성인이라면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4. 결론
솔직히 고백하겠다.
필자는 옻칠한 숟가락과 젓가락, 밥그릇 등의 가재도구가 일상에 꼭 필요한 건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물론 이쁘다는 건 처음부터 알았지만.
결론은 역시 가성비다.
생활에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취향에 따라 살 수도 있는 옻칠제품을,
그것도 제대로 만든 옻칠 제품을 은하계 최저가로 살 수 있는 공방얼의 제품이 딴지마켓에 입점되었다.
옻칠 제품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게 아니므로 기준 가격은 애초 존재하지 않는다.
만든 사람의 숙련도나 지명도에 따라 그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솔직히 공방 얼의 제품이 공예품으로서 얼마나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지 역시 필자는 알지 못한다.
다만 일반 옻칠 제품과는 달리 손이 망가지는 걸 개의치 않고
미련스럽게 두 배 이상 작업 공정을 더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으로 비교 가능한 가격 중에 공방 얼의 제품이 최저가 중에서도 압도적 최저가라는 건 직접 확인했다.
이제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제품상세정보 탭에서 공방얼 옻칠식기 제품옵션별 상세내용을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