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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데이?

탈영을 우려해 군인의 결혼을 금지했던 로마에 맞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맺어주던 성직자를 기리다 연인들끼리 선물을 주고 받는 날이 된 시작된 발렌타인 데이. 그러나 화이트 데이에는 이렇다 할 근본이란 것이 없다.

일본의 제과 업체들이 시작한 이벤트였기 때문. 이름처럼 하얀 사탕이나 마쉬멜로우, 화이트 초콜릿들을 선물하는 날로 홍보해서 재미를 보던 것이 아시아의 각국으로 퍼져나가 오늘에 이르렀다. 이토록 확산이 잘 된 이유는 아무래도 남녀 관계 없이 선물을 주고 받는 서양의 발렌타인과 달리 동양의 발렌타인은 여자가 남자에게 선물을 주고 받는 날로 굳어져 버린 탓이 아니었나 추측해볼 수 있겠다. 여자만 주면 불공평하니까 남자도 주는 날을 만들어서 밸런스를 맞추자는 발상이 통한 셈이겠다. 

하지만 발렌타인 데이에도 말했 듯 사랑할, 결혼할 이유보다 하지 않을 이유가 많아진 지금, 우리가 이제 와 화이트데이를 백안시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근본 없고 상술이 깔려있는 날이라 한들 여자들한테 받기만 하는 반쪽짜리 발렌타인을 보냈다면 좋은 구실 아닌가 말이다.  

갚아주자. 내가 받았던 사랑과 정성을. 

다인스그랜파 2023 화이트데이 한정판 초콜릿 세트로.   

다인스그랜파 매장

아직도 다인스그랜파의 간식(다쿠아즈와 파베초콜릿)을 먹어보지 않은 분들을 위해 잠깐 소개하고 넘어가겠다. 다인스그랜파는 경남 진주시에 위치한 프랑스 디저트 전문점으로 아버지와 딸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일찍부터 아버지의 퇴직 이후 카페를 꾸리기로 계획하고서 딸(이정업 대표)은 베이킹을 준비를 했다. 국내외 유수한 쇼콜라티에를 찾아 초콜릿을 배우고 2016년엔 프랑스 유명 요리학교 에콜 르노트르 서울 분교에서 전문가 과정을 졸업했다.

매장은 이렇게 생겼다. 카페에 들어오는 손님 누구나 제조과정을 볼 수 있도록 투명한 창을 달았다. 청결도에 있어서 그만큼 자신있다는 얘기겠다. 매장에서 베이킹 클래스도 진행 중이다.

미녀와 야수 스토리에 영감을 받아 만든 9가지 맛의 초콜릿 세트

발렌타인 세트와 연작의 느낌으로 조금 더 축소된 상자에 11g 내외의 9가지 맛 초콜릿이 들어있다. 

왼쪽 위부터 샴페인기모브, 오렌지, 피스타치오&라즈베리,

딸기우유, 뉴욕치즈케이크, 복숭아,

우도땅콩프랄린, 레몬&말차, 파바나카라멜 맛이다. 

아마 칼로리에 민감한 여자들을 위해 기존 13개에서 더 엄선해 갯수를 줄인 듯하다. 그래도 인기있는 맛들을 꼽아 내실을 기했다. 모두 수제작으로 만들어진 초코렛이며 각 맛에 대한 안내장이 동봉되어 무슨 맛인지 헷갈리실 우려는 없다. 

내가 먹고 있는 초콜릿에 어떤 게 들어갔는지 궁금하다면 동봉되어있는 종이를 보시라.

필링(속 내용물)을 미리 보고 싶다면 스크롤을 내려 제품상세정보를 참고하셔도 좋다.

그렇지만 생각만큼 저 종이를 많이 보게 되진 않을 것이다. 영롱한 자태와 유럽의 재료들을 직접 공수해와 진짜 카카오버터를 넣어 만든 깊은 맛에 정신 없이 깨물어 먹게 될지 모른다. 머리로는 예뻐서 먹기 아깝다는 생각을 하면서 손과 입으로는 계속 먹기를 원하게 되는 역설적인 세트, 발렌타인 때의 경험 그대로다.

보다 차분해진 포장재 디자인은 미녀와 야수 이야기의 에필로그를 표현했다고 한다. 

여운과 사랑과 행복이 가득 느껴지는 분홍빛 상자, 그리고 그 안에 영롱하게 들어있는 9가지 다채로운 색상의 초콜릿의 조화가 여전히 아름답다. 동화에는 행복하게 살았다는 한 문장으로 표현되었을 뿐이지만 그 삶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삶의 순간이 녹아있음을 말해주는 듯하다.

다양한 시즌 상품으로 찾아오는 다인스그랜파

다쿠아즈를 입점하고 어느 정도 판매가 될 때만 해도 다인스그랜파가 이렇게까지 다양한 디저트를 선보일 줄 몰랐다. 특별한 이벤트가 필요한 순간마다 우리에게 생소한, 그러나 누군가는 유럽 여행 갔다 먹어보고 맛을 기억하고 그리워할 만한 그런 간식을 보내며 조심스럽게 입점 여부를 묻는 것이 업체 대표의 덕력, 그 심오한 깊이를 짐작케 한다. 

미녀와 야수 컨셉의 발렌타인 세트와 이어지는 이야기로 준비한 2023 화이트 데이 한정 상품 역시 내년에 또 돌아올지 어떨지 알 수 없는, 진정한 의미로 특별한 시즌 상품이다. 한정 수량 주문이 다 들어올 때까지만 판매한다고 하니 기회를 놓치지 말자. 늘 준초콜릿이나 공장제 평범한 사탕만 주던 화이트 데이를 보내왔더라도, 올해는 달라져보는 것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