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마켓 퍼그맨
바다가 아프대요
지구의 생명 기원이 바다이기 때문인지, 바다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준다. 숲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많은 산소를 배출한다. 태풍 등을 일으켜 지구의 기온을 조절한다. 그리고 수많은 먹거리를 준다.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어류, 해조류 등을 말이다. 이렇듯 바다가 주는 먹거리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소금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바다는 오염되어 있다.
무단 투기한 쓰레기와 바람에 날려온 비닐, 페트병, 폐그물 등으로 미세 플라스틱이 떠다니게 되었다. 무분별한 어획으로 해조류가 죽어 황폐해진 곳도 생겼고, 최근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방사성 물질의 농도까지 부자연스럽게 높아져있는 상태다.
미세 플라스틱과 후쿠시마 오염수의 인체 영향은 아직 연구가 진행중이지만, 지금의 우리는 그 연구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아직 모르는 상황이다.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바다가 아닌 곳에도 소금은 있다
그래서인지 한때 소금 사재기 현상이 일어났다.
방류 전 만들었을 것으로 기대하고 바다에서 난 소금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히말라야 솔트 같은 암염이나 호수염에서 채취한 소금을 사놓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때마침 우리 딴지 마켓에서도 피레네 산맥에서 생산되는 소금을 판매하고 있어서 본의 아니게 특수를 누렸다.
확실히 수억년 전 산맥이 만들어지면서 갇힌 지하수를 뽑아 만든다면 미세 플라스틱도 없고 중금속이나 방사성 물질에 오염되었을 걱정도 없을 것이다. 단, 접근성 높은 가격이 아니라는 게 아쉬울 뿐.
그래서 우리는 보다 부담 없이 사먹을 수 있는 청정 소금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것이 '우유니'라는 이름이다.
여행 좀 다녀봤다는 사람들이 온통 하얀 배경에서 찍어 올리는 사진으로 유명해진 소금 사막 우유니. 거기서 난 소금을 수입하고 있다는 업체가 나타난 것이다.
원산지는 당연히 볼리비아, 세계 최대의 소금 사막, 우유니가 있는 남미의 국가다.
우유니 사막은?
모래가 아닌 소금으로 사막이 만들어진 이유는 얼추 2.5억 년 전 안데스 산맥이 형성되면서 원래 바다였던 곳의 물이 갇혀 호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바닷물이 증발하면서 소금이 겉으로 드러나보이게 된 것인데, 비가 오면 땅 위에 거대한 거울이 생긴 것 같은 장관을 이뤄 많은 여행자들이 찾고 있다.
해발 4000미터라 이 사막의 소금은 먼지 등의 불순물이 거의 없다. 간수 또한 염화마그네슘, 황산마그네슘이 주성분인 불순물인지라 이 또한 거의 없다는 얘기가 되겠다.
이렇게 좋은 소금이 최소 98억톤 깔려있다는데,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이 소금을 거의 맛보기가 힘들었다.
볼리비아와 대한민국은 직항 비행기도 없을 정도로 교류가 적은 국가다. 당연히 출장 비용도 많이 들고, 중량이 많이 나가는 소금을 싣고 태평양을 건너는 물류 비용 또한 적지 않아 섣불리 수입에 나선 업체가 없었던 것이라 생각했는데...
볼리비아의 소금 생산 기업 피사볼
그런데 케이엔케이라는 업체가 이 소금을 수입하고 있었단다. 볼리비아의 피사볼이라는 소금 생산 기업과 직접 계약해 수입한 뒤 소분해서 판매하기에 계약에 따라 겉포장에는 피사볼 로고가 들어가 있다.
팜슈가와 건과일을 검증하기 위해 캄보디아로 갔던 것처럼 볼리비아도 직접 공장을 찾아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은 후일을 기약하기로 하고 피사볼이라는 업체에 대한 자료 조사로 대신했다.
Pisabol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생각보다 많은 자료가 없는 상황이다. 볼리비아가 경제규모가 크지 않고(2024년 현재 명목 GDP 세계 93위) 1차 산업인 자원무역에 의존도가 높다보니 수많은 식품 기업들의 홍보 자료의 범람 아래에 있는 대한민국과는 상황이 다를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몇 일간지와 기자들의 취재가 있었기에 피사볼의 우유니 소금 가공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유니 사막에서 공장으로 소금을 실어온 다음 불순물을 골라내고 오븐에 넣는다.
사진 출처-Los Tiempos/Carlos Lopez
불을 쬐며 수분을 날려준다.
사진 출처-위와 동일
노란 포대나 판매용 병에 담는다.
사진 출처-위와 동일
이 케이엔케이는 이 노란 비닐포대에 담은 것을 그대로 수입해서 한국 소비자들을 위한 포장지에 소분해 판매한다.
케이엔케이의 창고의 피사볼 소금 포대들
소분기
각종 검사 결과로 증명된 순도
정식 수입 통관 절차를 밟았기 때문에, 국내 식품 기준에 부합하는지 각종 검사를 받아야 했다.
미세 플라스틱
중금속
그리고 방사능
정제염도 아닌데 이런 결과지를 받다니, 우유니의 소금이 순도가 높다는 명성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것도 기준치 이하 검출이 아니라 불검출이라는 간지가 폭발하는 결과로. (물론, 불검출이라도 검사기가 측정할 수 없는 수준의 미량은 섞여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소금은 혀로 확인해야 한다.
응? 정제염인가?
왼쪽이 가는 소금, 오른쪽이 굵은 소금이다.
한 꼬집 집어서 혀에 올려보았다.
(면도 좀 할 걸...)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정말 쓴맛이 없는 아주 정제염에 가까운 짠맛이 난다. 하지만 정제염과는 달리 은은한 감칠맛이 느껴진다. 이것이 2.5억 년 전 바다가 품고 있던 소금 맛인가?
고기에 찍어먹고 싶어졌다.
다른 소금들과 번갈아 찍어먹으면서 고기와 어떤 조화를 내는지 비교하기 위해 밑간은 하지 않고 구웠다.
왼쪽부터 우유니 소금, 모 브랜드의 게랑드 소금, 마트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허브맛솔트다. 나란히 뿌려놓으니 우유니 소금은 정말 새하얀 색이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직접 비교를 하면서 먹으니 우유니 소금의 2가지 특징이 두드러진다. 하나는 순도가 높은 만큼 적은 양만 찍어도 짠맛이 잘 느껴진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소금들과 같이 먹으니 그것들의 첨가된 맛이 더 강하게 다가왔다는 것이다. 솔직히 테스트를 하면서 비교군으로 둔 소금들이 하나 같이 나트륨 외 성분이 많은, 정제염과는 거리가 먼 소금들이라 (그렇다. 이런 소금들이 내 취향이다) 우유니 소금의 맛이 상대적으로 심심하게 느껴질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되려 게랑드 소금과 허브 솔트의 맛이 과하다 느껴지는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고기 맛과 소금 간의 조화, 그 자체를 좀 더 깊게 즐기고 싶다면 우유니 소금을 드셔보시길 권하고 싶다. 거기다 고생대 폐름기 이전의 바다가 그대로 산에 갇혀 만들어진 소금이라니, 먹으면서 의식하게 되는 스케일도 나름 즐거웠던 것 같다.
단, 순도가 높다 하나 완전한 정제염은 아닌 관계로, 식기세척기용 연수기 등 정제염을 필요로 하는 곳에는 사용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또 굵은 소금의 경우 결정이 단단해 배추 등을 절일 때 잘 녹지 않았다는 후기도 있으니 참고해서 구매하자.
이상, 모처럼 합리적인 가격의 깨끗한 소금을 소개드릴 수 있어 몹시 들뜬 기분으로 검증기사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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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단평 |
판매자명 : (주)케이엔케이